휴대전화 압수수색은 명백한 언론 침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우리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누설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통화 당사자인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간 것은 명백하고도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우선 해당 기자의 행위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취재활동이었다. 법조팀 소속 기자로서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사건을 맡은 검찰 출신의 특별감찰관을 상대로 전화통화 취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런 취재를 안 하면 게으르고 무능한 기자일 것이다. 그리고 취재된 정보를 동료 팀원들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것 역시 아주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행위다.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여기에는 어떤 불법성도 없다.


또한 해당 기자는 피의자·피내사자·피고발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면 압수를 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보도한 기사의 공익성 등을 두루 살펴 섬세하게 판단해야만 언론탄압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런 논란까지 갈 필요조차 없다. 해당 기자는 참고인 신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설됐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기사화한 것도 아니다. 즉 백 번 양보해서 특별감찰관의 ‘누설’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감찰관의 문제이지 기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기자의 정상적 취재활동을 문제 삼아 기자의 각종 취재정보와 취재원 정보, 사생활 등이 담긴 휴대전화까지 압수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가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검찰 특별수사팀은 왜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일까? 직권남용과 횡령 등 각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집무실은 물론이고 자택조차 압수수색하지 않으면서, 단순 참고인 신분인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는 여기에 해당 기자와 언론사를 향한 압박성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일보는 우병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의혹을 최초 보도했으며,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역시 휴대폰을 압수당한 기자와 동일 인물이기 때문이다.


별건이긴 하나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의혹에 대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폭로 역시 그런 점에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다. 물론 송 주필이 언론인 신분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전세비행기, 호화 요트, 골프관광, 유럽 왕복 항공권 일등석 등의 접대를 받았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도 사표 수리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회사 차원의 입장을 밝히고 독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자정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김 의원의 폭로 내용이 가진 정밀함과 깊이, 그리고 타이밍 때문이다. 정보의 성격을 봤을 때 국회의원이 입수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즉 사정당국이 ‘우병우 물타기’와 ‘우병우 비판 언론 압박’을 위해 정보전을 펼치고 있으며, 검찰 출신의 친박계 김 의원이 스피커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이 정보의 출처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이번 검찰의 취재기자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정치권력이 취재의 자유를 침해하고 탄압한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런 비판을 잠재우려면,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수석에 대해 철저하고 공평무사하게 수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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