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수습교육의 첫 번째 대상으로서 역량이나 끈기 모든 면에서 기존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교육을 바탕으로 정말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요.”
지난 29일 오후 6시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2층 기자실 앞에서 기사를 고치던 최미랑 경향신문 수습기자는 앞으로의 각오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올해부터 바뀐 경향신문 수습교육의 첫 대상자다. 경향신문은 지난 5월 53기 수습기자부터 사건팀 위주였던 기존 교육을 부서별 순환교육으로 변경하고, ‘하리꼬미’(경찰서에서 숙식하면서 취재하는 것)를 없앴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그동안 수습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말들이 많았는데 말만 할 게 아니라 고쳐보자는 생각으로 올 봄 시경캡에게 안을 만들어보라고 했다”며 “논의를 거쳐 경찰 교육 기간을 대폭 줄이고 각 부서를 폭넓게 돌기로 했다. 하루에 1~2개 부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던 기존 방침을 변경하고 부서마다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짜 1주 가량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도 이에 따라 지난 4개월 동안 각 부서를 돌며 교육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사건팀에서 4주, 편집부·사진부·기획팀·국제부 등에서 1주씩 교육을 받았다. 현재는 시청팀에서 2주간 교육을 받는 중이다. 이 교육이 끝나면 정당팀에서 2주 동안 교육을 받고 다시 사건팀에 한 달여 가량 배치된다.
최 기자는 “모든 교육이 유익했지만 특히 사진부가 기억에 남는다. 사진 찍는 것이 두려웠는데 현장에 가서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으로 좋은 보도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배웠다”면서 “모바일팀에서도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코딩이나 인포그래픽을 할 줄 아는 선배가 있다고 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큰 장점으로 꼽은 건 부서별로 교육을 받으며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최 기자는 “교육을 받으면서 각 부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면서 “해당 분야를 취재할 때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어떤 정보가 필요할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리꼬미’를 없애면서 ‘인간’다운 생활도 가능해졌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한 그의 일정은 대략 오후 8시 경 끝났다. 공식 일정은 6시30분 쯤 끝났지만 최 기자가 자진해서 그 날 취재한 것들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 기자는 “사건팀에서 교육을 받을 때도 방침은 밤 9시 이전 퇴근이었는데 좀 더 남아서 일하다 11시~12시가 된 적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타사 기자와 달리 하리꼬미를 하지 않아 항상 깨끗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꼭 몸을 혹사시켜야만 좋은 기자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뿐만 아니라 몇몇 언론사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수습기자란 이유로 ‘열정페이’를 강요한 언론사들이 취재비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올해 수습기자부터 사건팀 교육을 받을 경우 교통비 명목으로 월 40만원의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지난해 뽑은 견습기자부터 평기자의 70% 수준의 취재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입사한 지 1년이 지나면 동기들과 3박4일 일정의 해외 워크숍을 보내 단합 겸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뽑은 견습기자들은 9월 중순 말레이시아로 워크숍을 떠난다”면서 “교통비의 경우 그동안 들쭉날쭉 지급해 왔는데 이번에 규정을 만들어 제도화했다”고 말했다.
수습기간 중 온라인 교육을 강화한 곳도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교육을 신설해 수습기자들에게 약 2주 가량 카드 뉴스 제작 등의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도 온라인 뉴스 처리가 필수 능력이 된 만큼 온라인 교육을 한 달 정도로 늘리고 해당 기간 온라인 기사 작성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국민일보 한 기자는 “온라인 기사를 작성하도록 해 클릭수가 높은 수습기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한편에서는 내용보다 클릭수를 강조해 부적절한 교육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