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혐오 없듯이 남성혐오 성립하지 않아"

언중위, '혐오 표현' 세미나
법적 제재 여부 찬반 팽팽

2000년대 중반 이후 ‘개똥녀’ ‘된장녀’ ‘김치녀’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용어가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 메갈리아 논란을 거치며 그 어느 때보다 남혐(남성 혐오)과 여혐(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지고 있다.


“혐오 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혐오 감정과 구분되며, 부정적 의견 표시부터 소수자를 모욕·조롱·위협하는 것,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대·폭력을 정당화하거나 고취·선동하는 것 등이 혐오 표현의 범주에 포함된다.”


지난 23일과 24일 언론중재위원회가 ‘사이버공론장에서의 혐오와 모욕표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를 소수자 집단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적인 관념이나 감정으로 규정했다. 홍 교수에 의하면 여성 혐오는 성립하지만 남성 혐오는 해당되지 않는다.


토론자로 나온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메갈리아로 대변되는 남성 혐오의 표현들은 일베가 대변하는 혐오 표현과는 다르다”며 “주류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백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불가능한 것처럼, 남성에 대한 혐오표현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각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토론 참석자들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혐오 표현에 대해 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공동체 차원에서 상징적으로라도 우리 사회가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며 “단계별, 층위별, 분야별로 세밀하게 구분해 ‘증오선동’만을 법적 규율로 삼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단순히 표현만을 규제하는데 그치지 말고, 헬조선이라고 지칭되는 세대간, 성별간, 계층간 등 여러 분노를 해결하려는 정책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다만 국가적인 개입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신중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법적 제재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제재가) 그대로 적용되면 기득권 비판, 정권 비판 등이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혐오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을 기반으로 해서 혐오를 부추기거나 선동하는 표현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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