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 기획 보도 이후 일부 독자 항의하며 절독
다양한 해석 존중하지만 “기사 못 쓰는 일 없을 것”
“기사가 나오는 순간 저희는 메갈이 돼버리더라고요. 기사 축약본이 신속하게 돌고 절독 운동이 이어지고…. 창간 이후 처음 맞는 사태예요.” 지난 2일 서울 중구 중림동 시사인에서 만난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은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이어지는 절독 전화 때문이다. 지난달 발간된 ‘분노한 남자들’ 커버스토리를 본 일부 독자들은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쓸거냐 말거냐’의 기로에 선 고 편집국장은 “어렵지만 더 오래가는 길을 택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최근 절독이 일어나고 있는데.
“신규 신청 전화를 못 받을 정도로 절독 전화가 하루 종일 걸려온다. 기사가 나간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보통 (절독의) 한계치를 3차까지 잡아놓는다. 마지노선을 두고 이 정도까지 빠지겠다는 예상치인데, 이틀 만에 그 한계점을 갈아치웠다.”
-회사 내부 분위기는.
“회사 안에서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저희 안에서 논쟁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논의 끝에 결국 기사와 절독문제는 분리해서 얘기하자는데 이르렀다. 적어도 우리가 봤을 때 기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고 낼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절독 두렵지 않나.
“시사인은 편집권 독립이 잘 돼 있는 편이다. 80%가 독자, 20%만이 광고로 이뤄져 있다. 이번에 충성독자가 빠져나가면서 타격이 컸는데, 과연 이 구조만이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도 생겼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그나마 잡지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 기사 제작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우리 안의 성역이 생길까 더 우려스럽다.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하면 독립언론은 그때부터 훼손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취재 과정을 설명해달라.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질문을 중요시 여긴다. 메갈리아 같은 독특한 현상이 나왔는데 왜 이럴까? 일베 사이트는 어떻게 분석해볼까 등의 방식이다. 연장선상의 질문을 엮었고 3주간의 데이터분석을 통해 의미를 도출해냈다. 물론 우리 이야기가 100%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기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사를 의심해야 한다. 또 독자는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독할 수 있고, 언론은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독 독자를 만나봤나.
“회사에 찾아와서 뵌 적이 있다.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오히려 이해를 잘 해주셨다. 그 외에도 메일을 통해 의견을 전달해주시는 장기독자도 계시고, 댓글이나 자유게시판, 트위터 등으로도 많이 오는데 답변 드리면 자칫 또 다른 논쟁이 될까 못하고 있다. 기사 외적으로 논란이 확대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 기사로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이 남긴 의미는.
“손석희 JTBC 사장이 이전에 ‘시청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만 시청률을 신경쓰게 되면 콘텐츠가 엉망이 된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물적 토대인 독자가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고민이 컸지만, 그럼에도 우리 안의 성역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언론과 기업으로서의 언론이 충돌하는 시점에 중심을 어떻게 잡을지 원칙을 명확히 세우게 됐다.”
-앞으로 계획은.
“첫째는 교만하지 말자는 것이고 둘째는 그렇다고 주눅이 들지 말자는 거다. 독자들은 다양한 코드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기사를 못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가 다시 나왔을 때도 피하진 않을 것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