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독일 국가공인 조경사이자 나무 박사로 통하는 송광섭 세계파이낸스 산업팀장(부국장)은 “나무와 꽃, 화초, 잡초까지 모두 아름답다”며 식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꽃과 나무에 푹 빠진 건 10여년 전 방식 방식꽃예술원 원장을 인터뷰하면서다. 방 원장은 동양인 최초로 독일정부가 인정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명장)에 오른 뒤 국내에서 꽃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었다.
“취재하면서 꽃 예술이나 조경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화초 키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제가 관심을 보이니 은사님(방 원장)께서 전문적으로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도전했죠.”
그길로 주말마다 조경 공부에 매진했다. 독일 국가공인 조경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였다. 라틴어로 된 식물 학명을 셀 수 없이 외웠고 조경 설계와 시공까지 실습했다. 수개월 간 업무와 공부를 병행한 그는 자격시험을 치르러 독일로 향했다. 웬만한 열정으론 쉽게 결심할 수 없었을 터.
“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웃음)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합니다. 휴가, 연차를 다 끌어모아 한 달 반 정도 시간을 내 독일행에 올랐어요. 기회는 한번뿐이었죠. 다행히 바로 합격했습니다.”
조경사 자격을 얻은 그는 스승과 도시녹화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에세이를 냈고 조경 시공 입문서 등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 뒤 나무 재테크 사례를 담아 펴낸 책 ‘나무 부자들’이 시중에서 인기를 끌었다.
“나무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나무는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정직해요. 당장 수익을 내진 못 해도 투자하고 정성 들여 가꾼 만큼 보답합니다.”
그는 이처럼 정직한 식물들에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물을 주고 햇볕을 쐬어 주고 마음을 쏟는 만큼 자라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조금만 다듬어주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가요. 저뿐 아니라 화초를 가꾸는 모든 분이 그럴 거예요. 잡념이나 욕심을 잊고 오직 식물과 무언의 교감을 나누는 겁니다. 사람 세계에선 오해와 갈등이 난무하지만 식물과는 그럴 일이 없어요. 이런 정서가 반영돼 최근엔 가지가 솟은 나무보다 아래로 흐드러진 것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늘어진 가지를 보며 편안함을 느끼는 거죠.”
식물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쏟아내던 그는 기자들에게 화초 가꾸기, 나무 기르기를 추천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루하루 마감에 쫓겨 조급증을 안고 사는 기자에게 식물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잠시 쉬어도 된다’는 위안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 은퇴 후 ‘두 번째 인생’에서 본격적인 조경사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조경은 멀리 가지 않아도 자연을 느끼는 방법이에요. 아름답고 작품성 있는 가든(정원)을 만들어야죠. ‘반려식물’이라는 개념을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일단 나무를 많이 키울 거예요. 지인들은 제가 농부 인상이라던데, 진짜 그런가요? 아무래도 나무 농부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하하.”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