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주일. 대한민국 사회는 김영란법의 회오리 속에 있다. 정부청사 구내식당이 북적이고 당분간은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는 풍토 속에서도 화환이 줄어든 주말 결혼식장과 예약률이 떨어진 골프장 풍경을 보면 미미하나마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과 함께 각 사안마다 법 위반사항 여부를 가리느라 아직도 혼란스러운 게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유권해석이 뒤집힐까 우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매뉴얼을 제시했고, 결국 판례가 나오기까지 1~2년은 지금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삐딱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매체들이 화훼농가 매출 감소나 한정식집, 일식집 같은 고급 음식점 손님 급감 등 김영란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농축수산업계나 소상공인들이 제기하는 소비위축 우려도 간과할 바는 아니나 부작용만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상한이라는 3·5·10 규정에만 꽂혀있는 게 문제다. 청탁을 하거나 받지 말고 금품이나 접대, 향응을 주고받지 말자라는 취지 자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간의 관행을 깨자는 목소리도 자연스레 묻힌다. 부작용 개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상적인 시행을 피해가려고만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공무원, 교원 등과 함께 언론인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차제에 언론윤리를 고쳐 잡고 취재환경도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그래야 색안경을 끼고 기자들을 접대나 받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묻혀 언론 본연의 역할이 일정 부분 퇴색됐던 건 깊이 반성해야 할 바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항공·숙박을 이용해 박람회나 전시회 같은 해외취재를 다녀온 뒤 홍보성 기사가 도배하는 일이 잦아졌다. 자동차 시승기나 신제품 체험기 같은 광고성 기사도 끊이질 않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언론계 스스로가 제시하고 있는 언론윤리를 지키고 자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내 밥값은 내가 내고, 출장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또 향응성 선물은 받지 않으면 된다. 기자사회 내부에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관행이 남아 있다면 풀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패는 경제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암적인 요소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를 기록할 정도로 투명도가 낮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헝가리·터키·멕시코 등 6개국뿐이다.


김영란법이 제정된 결정적인 계기도 ‘벤츠 검사 사건’이다. 올해만 해도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 혐의와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이 터졌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떳떳한 게 우선이다.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및 권익위원장)는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사람들이 실천하면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구성원들이 뇌물, 청탁, 접대 등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없애고 우리 경제의 투명성을 높여 대한민국 사회가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신뢰를 가진 언론이 있기 위해서는 언론윤리를 다시 한번 새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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