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버텨온 YTN 해직기자들을 지지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창간 7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이 1면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올려놓은 파격적인 편집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비하’라고 치부했지만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헬조선’에서 살고 있는 고달픈 청춘들을 상징한다. 경향신문 1면을 보면서 ‘알바 일당 4만9000원에 내일이 있을까’를 걱정하는 청춘들의 삶에 소홀했던 언론, 컵라면 받침으로 전락한 언론의 위상 추락이 동시에 겹쳐진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불신과 냉소로 가득하다. 기자는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잊혀진지 오래다. 다층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저널리즘을 약화시키는 상업주의가 주요 원인이다. 기자들이 끈질기게 취재한 뉴스는 적당히 마사지 되며 때론 협찬과 맞교환한다. 어려워진 매체 환경은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고 전통언론은 감시자의 기능을 새로운 매체에 속절없이 넘겨주고 있다.


당면한 언론 현안은 쌓여가는데 경영진은 무능하다. 혁신은 구호뿐, 전략은커녕 페이지뷰에 눈이 뒤집혀 기자들을 쪼아댄다. 경직된 조직문화가 굳어지면서 언제부터인지 뉴스룸에서 소통과 토론은 그림자도 찾기 어려워졌다. 정당한 내부비판은 사라지고, 위로부터의 지시와 간섭이 횡행한다. 아래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라치면 다른 직종으로 발령 내고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한다.


언론계에서 징계, 재징계, 해고는 일상이 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4년간 해고·명령휴직·정직·감봉 등 징계를 당한 구성원은 110명에 달한다. 4년7개월이 되도록 해직 상태인 이용마 기자는 암 투병 중이다.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는데도 대법원 판결까지 버티는 경영진의 처사에 얼마나 속이 문드러졌으면 암에 걸렸겠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언론자유 침해 이유를 들어 나타나지 않았다. 기자들이 피땀으로 쟁취한 ‘언론자유’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니 후안무치하다. 기자들에게 5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지방·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전일보는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이다.


‘국민의 방송’ KBS는 어떤가. 길환영 전 KBS 사장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나눈 문자는 추악한 뒷거래의 민낯을 드러냈다. 길 전 사장은 대통령 리포트를 앞으로 배치하라고 했고, 김 전 국장은 “사장님 말씀대로 그 위치에 올렸습니다”고 답했다. 보도의 독립성은 내팽개치면서 회사에 비판적인 구성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KBS에 잇따르고 있다.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에 대한 KBS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기고를 기자협회보에 실었던 정연욱 기자의 난데없는 제주방송총국 발령은 단적인 사례다.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난지캠핑장에서 열린 ‘YTN 해직 8년’ 행사에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등 YTN 해직기자들과 선후배 60여명이 모였다. 하나같이 “올해가 마지막 행사이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마음을 나눴다고 한다. 해직기자들은 대통령의 선거운동 참모를 보도전문 채널의 사장으로 내려 보낸 ‘비정상’을 바로잡으려고 했을 뿐이다. 해직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고등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8년의 시간. 권력과 거래한 그들은 바뀐 정권에 달라붙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복직의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촛불을 켜고 좋은 언론을 다짐하는 기자들에게 희망을 본다. 노종면 해직기자의 말 그대로다. “우린 지쳐있고 힘겹지만 함께 8년을 잘 버텨온 만큼 힘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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