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외치며 성명을 발표했다. 2000년 입사한 41기부터 올해 기자가 된 52기 포함 차장급 이하 기자들은 13일 “편집권 독립으로 매일신문 바로 세우자”는 대자보를 사내에 붙였다.
기자들의 성명은 지난 8일 매일신문 1면에 보도된 ‘“시립희망원엔 1500여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 기사에서 촉발됐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지난 1년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대구시립희망원 문제에 대한 첫 보도가 일방적인 해명기사였다”며 “해당 기사는 희망원 홈페이지에 그대로 연결됐고, 매일신문은 순식간에 시민사회의 비난을 뒤집어썼다”고 비판했다.
최근 인권 유린, 횡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광역시 대신 맡아왔다. 매일신문도 대구대교구가 운영하고 있다.
기자들은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의 사적 재산이 아니다”며 “언론은 공적기관이며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기사가 실리기까지 사실관계 확인과 취재, 게이트키핑 등 정상적인 편집·제작 과정은 철저히 무시됐다”며 “편집권 독립은 온데간데없고 언론 윤리와 존재 이유, 사회적 책무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성명 발표에 앞서) 11일 편집국장이 주최하는 간담회가 열렸지만 교구와의 종속적 관계만 확인했을 뿐”이라며 “교구의 입장 대변이 언론 윤리와 매일신문 구성원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들은 △편집국장의 사과 △공식적 소통기구 마련 △재발 방지 대책 제시 △교구 문제 관련 언론윤리에 입각한 처리 약속 등을 요구했다.
이상훈 매일신문 편집국장은 17일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각해 볼 때 후배들의 발언을 높이 평가한다. 선배로서 장하고 기특한 마음”이라며 “성명 내용은 토론할 여지가 많지만, 여러 통로로 더욱 소통해 후배들과 내가 바라는 더 좋은 매일신문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