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30분, 알람을 들으며 고민한다. 더 잘까? 어제 술도 세게 마셨잖아… 오늘 야근이잖아…. 자기합리화를 끝내는 방법은 단 하나, 지축을 흔들 기세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거다.
주섬주섬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향하는 곳은 골프 연습장. 올해 1월10일부터 꼬박 9개월을 잘도 버텼다. 혹한 속에 발목까지 덮는 돕바(!)를 입고 아이언을 휘둘렀고, 리우올림픽 거사를 치르면서도 악으로, 깡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코치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마치 프로 입성을 준비하는 골퍼처럼 무섭게 몰입했다. 굵어진 뼈마디와 굳은살을 훈장으로 여기는 정신 승리는 덤.
벌써 스포츠 기자 9년 차. 어깨너머로 모든 종목을 섭렵했다. 체육을 전공한 준 경기인(?)으로서 골프라는 스포츠를 우습게 여긴 게 사실이다. 멈춰있는 공을 정해진 홀컵에 넣는 게 뭐가 어렵다고…. 운동 신경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프로에 도전하는 걸 보고 더더욱 확신했다. 연습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클럽을 잡은 초반에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일반 여성(?)에 비해 월등히 센 힘과 테니스로 10년 넘게 다져진 임팩트 덕분인지 공은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쭉쭉 뻗은 공이 골 그물을 때릴 때는 으쓱했다. 내 단단한 하체가 이렇게 빛나는구나, 감격도 했다. 머리 올리는 날 버디를 잡았을 때는 이미 박인비라도 된 듯 의기양양했다. 아빠는 한술 더 떠 ‘진작 골프 선수를 시킬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골프는 ‘밀당의 귀재’였다. 만만하게 본 순간 역습이 시작됐다. 욕심이 커지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풀은 왜 그리 거칠고, 땅은 왜 그렇게 굴곡진 건지. 홀컵을 아슬아슬 벗어나는 공을 보면 열이 뻗쳤다.
붉으락푸르락하는 내게 지인이 그랬다. 골프는 타수가 적으면 마음이 즐겁고, 타수가 많으면 몸이 즐거운 스포츠라고.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싱그러운 풀밭을 걷는 게 얼마나 좋으냐고. 맞다. 허리를 언제 얼마만큼 돌리고, 팔을 어떻게 뻗는 것보다 이제는 마음을 다스려볼까 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밤톨만한 공이 내 말을 들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러브콜’을 보내보련다. 공이 내 말을 들을 때쯤, 내 마음도 한 뼘은 자라있겠지. 스포츠 한우물만 판 나는 오늘도 외친다. 그깟 공놀이? 그래도 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