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천대에서 저널리즘 MBA 주임교수로 임용된 안치용 전 기자는 22년간 경향신문에서 일한 베테랑 기자였다. 그는 50살이 가까워 올 즈음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다 2013년 과감히 사표를 냈다.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회책임 전문기자였던 그는 이후 사회책임과 관련된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최근엔 가천대에 제안해 저널리즘 MBA 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언론의 사회책임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사명감을 갖고 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늘고 있었다”며 “사회책임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기자를 양성하는 과정에 사회책임을 접목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사회책임 분야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
“2007년쯤으로 기억한다. 1996년 즈음 지면을 통해 호텔 평가를 한 적이 있는데 평가를 끝내고 회사에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2007년 무렵 당시 경향신문 고영재 사장이 보고서를 보고 이것을 토대로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사회적 책임을 모토로 대학, 증권 산업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지수를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향이라는 울타리를 나오니 힘들지 않았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큰 것 같다. 그동안 고용된 신분으로 현실에 안주하거나 제한된 관점에서 활동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회사를 나오니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시민활동도 활발히 하게 되고 사회책임에 관한 국내 단체들이 10개 정도 되는데 연합회 결성에도 힘을 많이 보탰다. 그 모임이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인데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사회책임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사회책임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리적·도덕적 측면에서도 정의할 수 있지만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사회책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것도 여러 가지 설명이 있는데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건 틀렸고, 정승같이 벌어야 한다는 거다. 기업 활동을 영위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과정에서 특정한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 없이 정상적으로 이윤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통 사회책임이라고 한다.”
-사회책임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태도와 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태도 측면에서 언론이 취재와 보도에 있어서 사회책임을 가졌으면 좋겠고, 보도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책임에 대한 보도 비중을 늘려줬으면 좋겠다. 사회책임을 사회공헌 정도의 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있는데 안타깝다.”
-청소년, 청년들에게 사회책임 의제를 가르치는 데 열성적인 것 같다. 청년층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책임이라는 것이 결국 지속가능성과 비슷한 개념이다. 지속가능성에도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그 중 1987년 UN에서 처음 정립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래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그 능력과 여건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다. 즉 앞선 세대가 뒤의 세대의 발전을 가로막는 식의 개발행위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와 함께 책임을 공유하기 위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향신문에 있을 때부터 대학생 기자단 ‘YeSS’와 협업했고 퇴사 후에도 그 친구들과 함께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을 만들어 지속가능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기사를 번역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가천대 저널리즘 MBA 주임교수도 맡았다.
“내가 먼저 저널리즘 MBA 과정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맡게 된 것이다. 저널리즘과 관련된 교육은 크게 신문방송학 석사과정과 현직 기자들이 참여하는 OJT 과정으로 나뉜다. 저널리즘MBA 과정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과 비슷한지만 글쓰기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각 분야별로 교수진을 배치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글로 배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저널리즘스쿨이 아닌 저널리즘 MBA로 명명한 이유가 있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기레기’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고 언론의 사회책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여러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늘고 있다. 사회책임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기자를 양성하는 과정에 사회책임을 접목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맞게 실용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짰기 때문에 MBA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실용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짠 이유는.
“제 경험 때문에 그렇다. 입사 면접 때 정치부 기자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후 정치부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소원수리 때도 정치부를 쓴 적이 없다. 실제로 현장에 가면 알고 싶고 취재하는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스페셜리스트까지 양성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은 제너럴리스트 감각을 충분히 키운 후 자신의 스페셜티를 파악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직기자를 통해 해당 분야의 취재 관행이나 특성들을 익히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목표가 있다면.
“오는 12월 저널리즘 MBA 1기생을 뽑는데 잘 가르쳐서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을 자질을 갖춘 언론인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 또 설사 언론인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을 공부한 경험이 삶의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 삶의 좌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줘서 실패하거나 실족할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