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7시간' 진실 찾아가는 언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검찰 조사로 속속 확인
세월호 당일 행적 초점

“누구라도 불법행위 저질렀다면 엄중 처벌할 것.” 지난 10월20일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이다. 한 달 전 한겨레 보도로 ‘최순실’이 전면에 등장한 뒤 관련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때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의혹이 확산되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언론 보도를 일축했다.


상황은 한 달 만에 뒤집혔다. 언론 보도는 대부분 사실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0일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입건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모금, 청와대 문건유출 등을 공모한 혐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주요 인물들이 구속됐지만 언론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TV조선-한겨레-경향신문-JTBC 보도 이후 모든 언론이 합세한 국면에서도 크고 작은 단독기사가 이어졌다. 정보원 확보 등에서 애를 먹던 후발주자 언론사들은 또 다른 관점으로 사안에 접근하며 ‘게이트’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10월 중순까지 하루 평균 10여개던 단독 기사 개수도 11월에 접어들어 30여개로 크게 늘어났다.


3일 MBN은 “청와대가 대기업 오너도 교체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MBN은 “청와대 핵심 수석이 VIP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후 핵심 인사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밝혀졌고, 동아일보는 21일 ‘조원동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朴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는 검찰발 단독을 썼다.


최씨와 청와대, 삼성의 ‘수상한’ 관계도 언론이 짚어냈다. 한국일보는 3일 “대한승마협회의 회장과 부회장인 삼성전자 사장과 전무가 최씨의 귀국 직전, 최씨 모녀가 머물던 독일로 극비리에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SBS는 6일 ‘삼성 지원 이유 묻자…“대통령이 정유라 아낀다”’, ‘삼성, 정부 지원 약속받고 280억 지원 계획’을, 9일 ‘35억 멋대로 쓴 최순실...삼성, 돈 주고도 ‘쩔쩔’’ 등 자세한 정황이 담긴 보도를 이어갔다.


관계자들의 체포, 구속, 수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진 한 장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조선일보가 7일 보도한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사진기사다. 검찰 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그 옆 손을 모으고 서있는 검찰 직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조선일보는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 수석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100만 인파가 서울 광화문에 모였던 12일 전후로 언론 보도와 여론은 최씨보다 박 대통령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JTBC는 8~10일 ‘최씨 친분 성형의 순방 동행…청와대 납품도’, ‘최순실 일가 진료 병원에 동시다발 정부 지원’, ‘대통령 건강문제도 뚫렸나…내부관계자 폭로’, 15일 ‘박 대통령 가명 ‘길라임’…차움 VIP 시설 이용도’ 등 병원 관련 보도를 쏟아냈는데, 이 내용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최씨의 국정개입이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난 상황. ‘대통령의 7시간’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모양새다. YTN은 17일 ‘세월호 당일 간호장교 靑 출장…7시간 열쇠 되나?’ 보도로 의심을 더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9일 7시간을 다룬 ‘대통령의 시크릿’편을 방송하면서 의혹과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JTBC는 21일 “세월호 참사 전후로 최씨 자매를 진료했던 또 다른 의사 A씨가 있었다. A씨도 최씨 자매를 통해 대통령을 대리 진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그 의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을 진료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주일째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후속보도를 예고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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