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7/3.7/3.3/5.9 그리고 4.0. 언뜻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인가 싶은 이 수치는, 지난주 내내 그리고 지난 월요일의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다(TNmS 수도권 기준). 물론 시청률이라는 결과에는 여러 복합적인 변수가 개입되므로 단순히 특정 기간의 시청률을 뉴스 경쟁력 하락과 인과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3~4%대로 고착화되는 듯한 ‘MBC뉴스’의 시청률이 상징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JTBC를 위시한 종편 뉴스의 시청률이 급등하고 신문 구독자 수, 각 언론사의 페이지뷰가 급증 추세인 상황에서 유독 MBC 뉴스만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MBC뉴스는 왜 외면당하는 것일까? 최근 MBC 내부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한 기자의 글을 보면 그 이유의 일단(一端)을 짐작할 수 있다. ‘최순실 특별취재팀’에서 일했다는 이 기자는 JTBC의 ‘연설문 특종’이 터진 지 엿새째 되던 날 비로소 관련 취재에 착수했다고 한다. ‘가진 게 하나도 없어서’ 최순실의 집과 회의 장소, 오피스텔 등부터 촬영했고, “왜 이제 오느냐” “그만 좀 물어봐라 대답하기 귀찮다” 같은 취재원들의 짜증 섞인 반응을 접했다고 한다. 정보의 ‘키’를 쥔 사람은 모두 숨었고 간신히 접촉해도 입을 꾹 다물었으며, 겨우 찾아온 제보자마저도 “MBC는 대통령과 관련된 거면 (기사가) 안 나가는데 괜찮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뉴스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리 만무하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이러한 ‘최순실 특취팀’을 한 달도 안 돼 해체하고 이를 ‘엘시티 특취팀’으로 전환했다. 또 현재까지 30명이 넘는 기자들이 내부 게시판을 통해 정권 편향적인 뉴스 편집 기조를 비판하고 보도 책임자들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경영진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 백만 명이 운집한 촛불집회 보도가 소극적으로 이뤄진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주말뉴스데스크 앵커들과 주말뉴스부장이 보직 사퇴를 했음에도, MBC의 경영진과 보도국 간부들은 아무런 성찰의 기색 없이 후임자와 대체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MBC는 대체 어떤 언론사인가? 전 국민이 분노하고 궁금해 하는 이슈에 대해 자체적인 취재와 보도를 포기하는 언론사를, 우리는 언론사라 할 수 있는가? 하물며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MBC를 관리·감독하는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여당 추천’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MBC가 흥분 안 하고 휩쓸리지 않고 왜곡하지 않고 공영방송의 틀에 맞게 뉴스 잘 하고 있다.” 혹시 이것인가? MBC의 경영진과 보도국 간부들은, ‘공영방송은 사회를 안정시켜야 하니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 잡고 가야 한다’ 같은 논리로 자신들의 뉴스 편집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곪고 썩은 폐부를 내버려두는 것은 ‘안정’이 아니다. 그 폐부를 찾아내 도려내고 제거하는 과정이 다소 시끌벅적하더라도, 그 과정을 거쳐야 유기체는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흥분하지 않겠다며, 휩쓸리지 않겠다며 폐부를 내버려두면 그 유기체는 결국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 ‘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곪고 썩은 폐부다. 이 폐부를 외면하는 언론사는 언론사라 할 수 없으며, 당연히 공영방송이라 할 수도 없다. 이를 외면하는 언론사의 경영진과 간부가 존재한다면 그들 자체가 이미 우리 언론계의 곪고 썩은 폐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