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막내 기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 축소해온 자사의 보도 행태와 관련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2013년 12월 입사한 MBC 공채 마지막 기수다. MBC는 그간 경력으로만 보도국 인력을 채우며 “경영진 입맛에 맞는 채용 정책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는 지난 4일 유튜브에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지난해 11월 광화문 촛불집회 취재 당시 MBC 중계차가 내몰리고 시민들의 비난을 받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당시 MBC는 마이크에 MBC로고를 떼고 건물 안에서 숨어서 방송을 하는 등 극심한 취재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 있던 곽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짖어봐’라고 하는 분들도,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는 분들도 있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태블릿PC와 관련해 최순실씨의 것이 맞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한 자사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PD의 출처에 대해서 계속 보도하고 있다.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청률 2%대로 곤두박질한 뉴스데스크에 대해 보도본부장이 반성은커녕 사내 간부들을 오히려 격려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기자는 “(보도본부장이) 오히려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전 기자는 “정부를 앞장서 비판하며 MBC 뉴스를 이끌던 기자 선배들을 우리도 못 본지 오래됐다. 5명이 해고됐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쫓겨나 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쫓아내고 보는 상황에서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자사의 보도에 더 많은 채찍질해달라는 뜻으로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했냐고, 그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혼내고 욕해도 좋다. 다만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 달라. MBC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달라. 이 안에서 저희 젊은 기자들이 더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힘을 보태달라. 저희가 앞장서겠다”고 호소했다.
MBC 기자와 PD 등 사내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사장과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도 자사의 보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담긴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MBC의 한 기자는 “막내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어렵게 영상을 제작한 것 같다”며 “징계 받을 것도 감수하고 고백을 할 정도로 내부에는 참담함이 퍼져있다. 지금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사측이 징계로 대응해온 만큼 이번 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