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화된 실천은 체제를 재생산한다. 재생산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관성화된 실천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나 체제의 문법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천이 어떤 면에서 관성화된 것인지 명확하게 관찰하기 어렵다. 또 어느 정도는 관찰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관성들이 어떻게 해서 형성·정착돼 온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바꾸고 혁신하자는 주장을 펼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떠한 체제나 조직이든, ‘막내’라는 이들의 목소리, ‘젊은 구성원’이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이들은 체제의 문법에 덜 길들여졌기에 기존 구성원들이 직시하지 못하는 ‘관성’을 보다 때묻지 않은 눈으로 찾아내곤 한다. 또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것은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하며 짐짓 회피하던 문제에 대해 과감히 용기를 내 도전하곤 한다.
“이명박은 조지면서 삼성은 조질 수 없습니까”라고 외쳤던 경향신문 막내 기자들의 성명, “세월호 취재 현장에서 KBS 기자들은 기레기 중의 기레기”라고 고백했던 KBS 젊은 기자들의 성명, “국민일보에 희망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던 국민일보 젊은 기자들, 사내 폭력사태에 침묵하는 편집국 간부들을 비판한 뉴시스 막내 기자들의 성명 등이 바로 그러한 맥락이다.
최근 MBC 막내 기자들이 3년 간 닫아왔던 입을 열었다.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엠빙신’이라는 시민들의 외침 속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는 오늘날 MBC 기자의 현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에는 관심이 없고 ‘태블릿PC’ 논란에 집착하는, 2%대 애국가 시청률로 전락해 버린 오늘날 MBC 보도의 현실, 파업 이후 해직기자들이 발생하고 50여명의 기자가 비제작부서로 발령돼 수년 째 뉴스 생산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 MBC 조직의 현실을 자체 제작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밝혔다.
그러나 예상했듯 MBC 보도국 간부들은 막내 기자들의 비판을 존중하고 수용하기는커녕, 이들의 행위가 ‘외부 활동’에 해당한다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경위서 제출은 인사위원회 회부를 통해 징계를 내리는 과정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이 맞느냐’며 노조 등 외부의 개입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자 구태 그 자체다. ‘뉴스 참사’의 현실에 대해 경위서를 제출해도 시원찮을 당사자들이 이렇게 ‘막내’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꾸짖는 양상은 앞뒤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며 이러한 체제는 결코 건강하다 할 수 없다. 혁신을 통해 도려내야 할 악성 폐부가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공영방송의 현실이 재생산되어야 하는가? 공영방송 MBC는 현 경영진의 사유물이 아니라 엄연히 시민의 소유물이다. 이 공영방송을 언제까지 이대로 놔둘 것인가? 지긋지긋한 재생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MBC 기자들의 관성화된 실천이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들 막내 기자들의 충언대로 MBC 뉴스조직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뉴스 참사’를 초래한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은 즉각 사퇴하거나 경질돼야 한다. 뉴스조직에서 쫓겨난 해직기자들과 비제작부서 발령 기자들이 취재·보도의 일선으로 속히 복귀해야 한다. 마침 MBC 기자들이 유사한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고 앞다퉈 기별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연대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실천들이 ‘재생산’의 고리를 끊는, 관성화된 실천을 혁신하는 출발점이요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