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에서 배우는 교훈 "기본부터 챙기자"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2014년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던진 충격은 꽤 컸다. 디지털 유통 전략 부재로 독자를 빼앗기고 있다는 고해성사는 진솔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스노우폴’ 등으로 혁신의 대명사로 통했던 뉴욕타임스조차 디지털 전략 부재를 외치는 모습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들이 또 다시 ‘독보적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이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2020그룹’ 명의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혁신보고서’와는 같은 듯 다르다. 디지털 혁신이란 거대 담론은 이젠 상식 수준으로 내려놨다. 대신 기본에 충실하고 체질 개선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내실을 담아냈다.


공개 과정도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혁신보고서는 내부 열람용이었다. 그게 본의 아니게 외부로 유출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반면 이번 보고서는 작성 과정부터 외부 독자까지 염두에 뒀다. 곳곳에서 자신들의 성취에 대해 과할 정도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런 부분은 걸러내고 읽을 필요가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14년의 ‘혁신보고서’만큼 화끈하진 않다. 우린 잘하고 있지만 누구도 넘보지 못할 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위해선 더 높은 목표가 필요하다는 선언은, 살짝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부잣집의 푸념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론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 중엔 이런 지적도 있다. 데스크들이 기사 기획단계보다 출고 이후에 주로 손을 댄다는 것. 그러다보니 주어진 틀 내에서 글을 고치고 제목 수정하는 부가가치 낮은 작업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스크들이 기사 방향을 잡는 기획 단계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길 원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데스크들이 오타 고치고, 제목 이리저리 바꾸는 저부가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은 국내 언론사에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뉴욕타임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공통적인 고민인 모양이다.   


뉴욕타임스의 자랑인 피처 기사에 대한 얘기도 새겨 들을 만 하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 광고 수익 확충을 위해 피처 섹션을 대폭 강화했다. ‘요리’를 비롯한 섹션들은 당시에 도입됐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선 피처 섹션이 지난 40년 동안 별 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한계는 명확하다. 그 동안 뉴욕타임스 피처 섹션의 강점은 재미와 정보 제공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엔 적극적인 안내(guidance)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데, 여전히 예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서비스 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한다는 권고인 셈이다. 이 보고서는 아예 “1970년대 피처 섹션을 도입할 때만큼 혁신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기사를 좀 더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써야 한다거나, ‘데일리 브리핑’ 같은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에도 적극 눈을 돌리고, 요즘 세대를 겨냥해 시각적인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번 보고서엔 뉴욕타임스가 최고란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대체 불가능한 저널리즘이란 더 큰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는 선언이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혁신은 무심코 반복하던 관행들을 고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반성은 예사롭진 않아 보인다. 모처럼 햇살이 깃든 한국 저널리즘의 변화 역시 그 부분에서 가닥을 잡아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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