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모든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프레임에 맞는 사실만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프레임과 맞지 않는 사실일 경우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고 튕겨낸다고 하니 사실, 즉 ‘팩트’라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론계의 입장에선 대단히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는 그런 면에서 아주 새로운 일이라고 보긴 어렵다. 어차피 자신의 프레임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호하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인지 특성상 해당 뉴스가 가짜냐 진짜냐는 언론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일반 대중들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은 자신의 프레임에 부합하는 정보를 찾아 소비해 왔고, 그것이 반복되어지며 자신의 프레임을 강화시켜왔다.
다만 이게 최근에 더 큰 문제로 부각되는 이유는 뉴스의 상당수가 SNS를 통해 유통되어지는 최근의 현실 때문이다. SNS는 비슷한 프레임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연결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 언뜻 대단히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끼리만 모인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SNS인 셈이다.
이 폐쇄성은 가짜 뉴스의 반박 내지는 검증 가능성을 대단히 떨어뜨린다. 오히려 ‘좋아요’가 누적되며 사실은 진실이 되고, 급기야 확신이 되기 일쑤다. 이럴 경우 설사 나중에 해당 뉴스가 ‘가짜’라고 판명이 나더라도 그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오류가 있긴 하지만 큰 맥락에선 가짜 뉴스에 어떤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때 SNS를 이야기하며 반드시 따라왔던 말인 ‘집단 지성’은 이 상황에선 작동을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이에 화들짝 놀란 기성 언론들이 가짜 뉴스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를 쏟아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가짜 뉴스’라는 언어를 통해 단일한 프레이밍 및 이슈 메이킹에 시동을 걸었고, 나아가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방법을 몇 단계로 나눠 친절하게 소개하는 기사도 등장했다. 방치할 경우 뉴스 자체의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기에 모든 언론이 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짜 뉴스가 화두가 되기 전에도 우리가 뉴스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반박과 검증이 늘 동반되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fact)’과 ‘진실(truth)’은 다르고 그 사이는 ‘맥락(context)’으로 이뤄져 있다는 식의 뉴스 생산 과정의 특성을 이해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그 ‘맥락’에 뉴스를 만든 이와 뉴스를 읽는 이 모두의 ‘프레임’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맞다. 어차피 뉴스란 애초부터 그러한 ‘편향성’을 상호적으로 내포한 산물인 것이다.
그런 ‘편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스란 누가 봐도 타당한 어떤 절대적인 공정함을 지닌 무언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나아가 그런 공정함을 우리의 뇌가 이성을 통해 판별해 내고 도달해낼 수 있다는 계몽적 신념을 유포한 것이 가짜 뉴스에 대한 우리 뇌의 방어력을 떨어뜨렸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가짜 뉴스를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뉴스에 내포된 편향성과 프레임에 좌우되는 우리의 인지능력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는 ‘미디어 수용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가짜 뉴스 생산자를 밝혀내는 것이 공급자를 차단하는 거라면 미디어 수용자 교육은 그것을 구매할 소비자를 없애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