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 독주할 수 있는 형태를 개선하자는 거죠.” 언론노조 MBC본부를 이끌어가게 된 김연국 노조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일명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현 노조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여야 추천 7:6 구조로 바꾸는 안으로, 사실상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MBC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된 파업으로 수십여 명이 징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자사 보도를 놓고 내부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정부 비판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며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 최근에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 선임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가 낙점한 낙하산 사장이 또다시 MBC를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전국의 MBC본부 1600여명의 조합원이 원하는 건 딱 하나다. ‘공정방송’을 해달라는 것이다. 공정방송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신념으로 외부의 압력을 막아주는 합리적인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MBC를 몰락시킨 주범이자 배후 세력인 방문진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인사로, 지난 2010년부터 이어진 MBC 파괴 공작에 파견된 자들”이라며 “이들이 3년 임기의 사장을 또 뽑겠다고 하는 건 외부 환경이 아무리 좋아져도 MBC에는 겨울이 지속되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방문진은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 MBC 사장 3명을 차기 MBC 사장 후보자로 결정한 상태다. 이들 가운데 오는 23일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종 사장이 확정된다. 후보자들은 그간 정부 비판에 대해 묵인, 축소 보도를 일관해오며 신뢰성과 공정성 하락을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명단보고 나서 기자들 반응은 허탈 그 자체죠. ‘뭘 기대할 수 있겠느냐’ 이런 반응이었어요. 방문진이 명시한 사장의 덕목에는 방송의 독립성과 미래 비전,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지도력 등인데 과연 이 후보자들 가운데 한 개라도 충족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본인의 안위만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잖아요. 반목과 대립으로 200여명이 넘는 구성원을 현업에서 쫓아낸 자들이 또 사장을 하겠다는 건, 대통령이 임기를 3년 더 연장하겠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김 위원장은 “MBC 사측과의 긴 싸움을 끝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국회에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일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KBS 노조와의 ‘공동투쟁’ 가능성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회복을 염원하는 두 방송사 구성원들의 요구는 같다. 공영방송이 특정한 정권과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게 합리적인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거다. 목표가 같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를 얻어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