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가 MBC 신임 사장으로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선임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
350여명의 언론노조 MBC본부 기자들은 사장 선임이 확정된 지난 23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앞에서 ‘MBC 분노의 날’ 촛불집회를 열고 김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사장이 첫 출근하는 다음날인 24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출근 저지 운동과 피케팅 시위를 펼쳤다.
MBC본부 기자들은 김 사장이 출근하자마자 한 목소리로 "해직자들 제자리에! 부당전보 제자리에! 공영방송 사장이 아닙니다!"라는 구호를 거듭 외쳤다. 이들은 “새 사장 선출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체제를 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사장은 2012년 정치부장을 시작으로 2013~14년 보도국장, 2015~16년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는 동안 정부 비판 보도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등 ‘뉴스데스크’ 시청률 하락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실시된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의 파업 당시, 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지목된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으로서 보도 제작 아이템을 두고 기자들과 마찰을 빚는 등 파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나라가 혼란한 어려운 시기에 MBC를 흔들려는 세력이 많은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예능, 드라마 등 콘텐츠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시사 보도부문에서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맞게 중심을 잡고 경영해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서 방문진은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 6명의 이사진이 선임을 강행하며 김 내정자를 최종 사장으로 확정했다. 이날 MBC본부 노조는 “김 사장 선임은 몰락이 임박한 박근혜 체제를 3년 더 연장하려는 속셈이다. 탄핵이 인용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MBC를 수구 친박세력의 마지막 저항기지로 삼겠다는 야욕”이라며 “김 내정자를 MBC 구성원들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복종하고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 MBC를 국민과 시청자들께 돌려드리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4일자 사설을 통해 MBC 새 사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겨레는 “방문진이 이런 인물을 새 사장으로 밀어붙인 것은 한줌 극우세력의 소굴로 추락한 문화방송의 체제를 다가온 대선 이후에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도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MBC를 보수정당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해 ‘알박기 인사’를 강행했다. 또 MBC가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60여명의 경력직 채용 계획을 발표한 것도 새 경영진과 보조를 맞출 인력 구성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이날 '박근혜 방문진의 선임 강행은 극우세력의 마지막 저항'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MBC 구성원들은 김장겸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공영방송사 사장의 자격이 없다. 기자의 펜을 빼앗았고 아나운서의 마이크를 빼앗았으며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와 MBC 방송강령을 모두 위반한 인물"이라며 "MBC 구성원들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품으로 MBC를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