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는 현장에 있고 기자는 머리가 아니라 발로 뛴다.” 지난 23일 열린 제48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에선 누구보다 치열하게 발로 뛴 기자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기자들은 “늘 이 상의 무게와 의미를 잊지 않겠다”며 “더 낮은 시선으로 더 깊이 있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국기자상을 받기까지 응원하고 격려해준 가족과 동료, 제보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아래는 시상식을 빛냈던 기자들의 말이다.
“크리스탈로 된 한국기자상에서 짜장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기자상 대상을 수상한 김의겸 한겨레 기자가 한국기자상은 기자들이 주는 상이라 그런지 기자실에서 ‘하리꼬미’하며 나눠먹던 짜장면이 생각난다면서 한 말. 김의겸 기자는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처럼 뻗치기 하고 안 돌아가는 머리 쥐어짜고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 기사 쓰는 노고를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동료 기자들이, 젊은 기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그 기자들이 저희에게 주는 상이기에 더 고맙고 정감이 간다. 대단히 영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는 호구지책을 미끼로 삼아 꿈과 희망을 부정하고 무시한 사건.”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조태성 한국일보 기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표현의 자유 같은 거창한 의미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산하 진흥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버렸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며 한 말. 조태성 기자는 “자신이 수상한 한국기자상이 한국일보가 새 출발하는 데 하나의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맞이한 생일에 귀한 상을 선물 받아 오늘이 더 특별해졌다.”
-<의원 298명 후원금 지출 전수조사>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경욱 한겨레 기자가 시상식 당일이 아이의 돌이라 매우 특별하다면서 한 말. 김경욱 기자는 “아이가 자라 아빠의 말과 기사를 이해할 때가 되면 오늘의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남편을 대신해 홀로 독박육아를 하며 늘 응원하고 지지해준 사랑하는 아내 전예진 기자”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피해자들의 눈물에 있어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가 가습기 살균제나 생활화학 제품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한국 사회가 바뀌었는가를 물었을 때 든 생각이라며 한 말. 김기범 기자는 “생활화학 제품 얘기를 더 깊이 있고 넓은 관점에서 보기 위해 기획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맨 땅에 헤딩하며 많은 고생을 한 후배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들이 있었기에 그런 점을 높이 사 수상의 영광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
-<시사기획 창-훈장>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이병도 KBS 기자가 방송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너무나 많았고, 취재를 이끈 최문호 기자가 결국 독립언론 뉴스타파로 옮겨서 방송하는 일까지 있었다며 한 말. 이병도 기자는 “간첩 조작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에는 그와 비슷한 풀리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을 보도하는 데 공영방송 KBS가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금을 모아 평택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해드렸다.”
-<평택 ‘원영이 사건’>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최해민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기자가 지난해 처음 이달의 기자상을 탔을 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 일이라며 전한 말. 최해민 기자는 또 “어느 기자실을 가더라도 가장 지저분하고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은 연합뉴스 기자들”이라며 “누구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를 쓰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바른 언론, 빠른 통신이란 목표를 항상 가슴에 지니고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순실에게 쓰인 예산의 100분의 1이라도 선생님들 근무 환경 개선에 쓰였으면.”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양훈 목포MBC 기자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이 사업이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곳에 상당히 많은 세금이 편성되고 쓰인 것이 가슴 아팠다면서 한 말. 김양훈 기자는 “그에 비해 섬 지역, 농어촌 도지 학교 관사는 예산이 없어 쓰러질 듯한 곳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 현장에 한 번 오셔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사진기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메시지를 전했다.”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고운호 조선영상비전 기자가 사진 한 장의 힘을 느낀 귀한 취재였다면서 한 말. 고운호 기자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특검으로 전환되고 ‘이 사진을 보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갈 것을 결심했다’는 댓글을 보며 양 어깨에 멘 카메라의 무게를 다시 돌아봤다”며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순간들을 충실히 기록하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우병우 같은 사람이 나타날 때 망원렌즈를 또 꺼내 보겠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