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정상화 장본인'이 사장이라니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MBC 보도를 불신하게 만든 장본인이 사장에 임명됐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김장겸 사장이 누구인가. MBC 막내기자들이 지난 1월 유튜브에 올린 반성문에서 보도정상화를 위해 사퇴를 촉구한 인물이다.


막내기자들은 왜 그를 MBC를 비정상으로 만든 인물로 보았는가. 그의 과거 행적이 말해준다. 보도국장이던 2014년 세월호 유족을 가리켜 ‘깡패’라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선 보도본부장으로서 축소·왜곡·편파 보도를 지휘하며 “MBC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엉뚱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박근혜 정권 비판 보도를 무척 경계한 공통점이 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시청률 3%대라는 전무후무한 성적표다. ‘MBC 보도참사의 주역’으로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게 당연하다.


이런 현실에도 김장겸 사장은 임명 직후 “나라가 혼란한 시기 MBC를 흔들려는 세력이 많은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아도취 화법이다. 김 사장에게 묻고 싶다. MBC를 흔들려는 세력이 누구인가. 제식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장인가, 아니면 방송을 국민한테 돌려주겠다는 직원인가. 김 사장의 첫 일성은 자신을 비판한 기자들을 불순세력으로 치부하고, 편을 갈라 MBC를 이끌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대규모 경력직 채용 공고가 그 시험대가 아닌지 우려된다. 해고와 징계에 이은 인적 물갈이로 조직에 비판적인 구성원을 거세하고 순응하는 사람들로 채우려는 시나리오가 있지 않는지 염려된다.


김장겸 사장은 방문진에 제출한 첫 임원 인사에서 우려를 현실로 드러냈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며 부당해고 실토를 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 주역의 한 명인 최기화 보도국장을 기획본부장으로 밀어 올렸다. MBC를 망가뜨린 인물들이 요직을 전리품처럼 나눠가졌다.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이런 최악의 인사를 밀어붙였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사장에 뒤이은 이사 선임을 보고 “공영방송 MBC를 정권과 극우세력의 선전 매체로 전락시킨 장본인들”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23일 사장임명 수용을 거부한 노조는 이들을 향해서도 불인정 투쟁을 선언했다. 사장과 임원 선임을 둘러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MBC는 김장겸 사장 한 명을 위한 사익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 공영방송이다. 편 가르기 보도로 진실을 감춘다면 언론이란 수식어를 떼야 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왜곡할 바엔 공영방송이란 꼬리표를 떼야 한다.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시절 보인 행태는 공영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도책임자로 3%대 시청률이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안겨준 것만으로도 그는 사장 자격이 없다. 정권에 너무 각을 세워 혹독한 시련을 당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응원할 것이다. 그가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보도를 이끌었다면 그가 사장이 된다고 나섰을 때 가장 우군은 아마 구성원들일 것이다. 정반대인 현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김장겸 사장은 사퇴해야 한다. 결자해지다.


막내기자들이 쓴 반성문은 지금 MBC에 가장 절실한 것을 말해준다.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저희 젊은 기자들이 더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힘을 보태주십시오.” 연대의 손길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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