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이 갈라졌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뒤 박 대통령의 탄핵·구속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집회가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한쪽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촉구하고, 다른 한쪽은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반대를 외치자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촛불 VS 태극기 격돌’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부각시켜 보도했다. 똑같이 11명의 선수들이 공정하게 시합하는 축구경기처럼 마치 진보와 보수의 아이콘이 50:50으로 대결하는 모양새로 묘사한 것이다.
비정상 상태인 공영방송도 마찬가지다.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은 애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초기부터 진실을 외면해왔고, 오히려 권력의 나팔수 노릇만 했다. 현재도 사실관계 및 합리성 등을 따지기보다는 집회의 본질을 외면한 채, 여전히 이쪽 저쪽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는 대결 구도로만 접근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어찌 가능한 일인가. 국민 여론은 탄핵 인용이 8:2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친박단체 모임일 뿐이다. 심지어 이들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신변위협 등 과격한 주장만을 일삼고 있다. 그럼에도 갈등에만 초점을 맞춘 채 촛불집회까지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질 따름이다. 이는 양쪽의 입장을 동등하게 전달하는 ‘균형’이 아니라 본질을 외면한 양비론에 불과하다.
특히 언론은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와 동격으로 놓으면서 민심의 상징이랄 수 있는 태극기의 의미도 심각하게 훼손해버렸다. 태극기가 극우세력 집회의 수식어로 왜곡되다 보니 3·1절에 탄핵 반대로 비쳐질까 태극기 게양도 줄었을 정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언론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파헤치며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기레기’라는 오명도 조금이나마 떨쳐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성숙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평가했다. 이렇게 ‘탄핵’이라는 한 방향만을 봤던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이른 시점에 다시 갈라져버렸다. 이로 인해 헌재 판결 후 극심한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때마침 70일간의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드러난 국정농단 진상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모든 혐의에 공모할 정도로 중심에 서 있다. 대기업에는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은 대가로 특혜를 줬다. 공직사회의 ‘눈엣가시’ 인사들은 철저하게 배척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실상 사유화하면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 게 명백히 드러났다. 압도적인 국민들의 생각만큼 탄핵의 당위성은 뚜렷해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고리인 정경유착”이라고 말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탄핵정국 속 광장의 1500만 촛불은 그간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고, 한국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구축되기를 원한다.
언론도 공정성을 갖고 진실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가치판단을 외면한 허울좋은 객관성으로 더 이상 포장하지 마라. 산술적 균형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알린다는 명분은 진실을 왜곡할 뿐이다. 그래야 탄핵 인용 이후 혼란을 덜어주는 책무를 다하지 않겠는가.
헌재 판결 이후에는 우리가 떠안은 개혁과제들을 풀어내 정상화 시키는 숙제가 산적했다. 더 이상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국론 분열을 막고 사회적 갈등을 통합하는 데 언론이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