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 당시 언론계 안팎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해직 언론인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파업으로 이어졌고,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외치며 공정성 투쟁을 벌였던 다수 언론인들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유화된 공영방송은 감시기능을 잃고 대중의 신뢰에서 멀어지며 존재가치를 상실했다.
5년이 지나 19대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도 이들 현안은 한 발짝도 개선된 게 없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등 YTN 기자 3명은 지난 2008년 해고된 이후 3000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012년 MBC 파업 참가자들도 여전히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채 본연의 업무에서 멀어져 있다. 해직 기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외침은 더욱 뜨거워졌지만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은 점차 멀어진 게 작금의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통해 방송장악에 나섰고, 언론 부역자들은 왜곡보도나 불방을 일삼으며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를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 결과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80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70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0계단이나 떨어진 것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언론 개혁을 통한 적폐 청산과 함께 10년간 후퇴한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영방송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이 됐다.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해직기자 복귀와 공영방송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도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거짓 공약으로 내걸었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5개 정당 후보자들은 오는 1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리는 합동토론회에서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혁할 구체적인 방법론과 실천의지를 제시하라. 더불어 대선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로 방송을 망가뜨리는 걸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원한다. 더 이상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에서는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을 조정하고, 사장 선출 시 3분의 2가 동의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언론장악 방지법)’이 지난해 발의됐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언론장악 방지법은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거나 사장을 선임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공영방송이 정권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이다.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가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과정에서 보였던 언론적폐의 민낯을 우리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탄핵 반대집회 미화, 특검 수사 결과 축소 등 진실을 외면한 보도행태로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는 소명을 저버렸다. 비정상의 고착화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우리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하고 있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민주주의가 꽃 피울 수 있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다음 정권에서는 공영방송이 정상화돼 공정하고 편향되지 않은 보도를 하고, 언론과 적극 소통하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