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강력한 ‘아베 1강’ 시대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집권세력으로서 너무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아베 신조 총리는 재취임 5년째가 지나고 있지만 이례적일 정도로 높은 50~6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에선 여전히 과거사 인식에 대한 차이와 독도 문제를 놓고 아베에 불편한 시각이 강하지만 현재 일본에선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당 밖에서도 그를 대체할 정치세력이 없다. 이런 시기에 즈음해 한 기자가 아베를 샅샅이 분석한 책을 냈다. 최근 ‘일본의 야욕 아베 신조를 말하다’를 펴낸 이춘규 연합뉴스 국제경제부 시니어기자다.
이 기자는 서울신문 재직 시절 도쿄특파원으로 근무했을 때부터 아베에 주목했다. 특히 2002년,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에 동행한 아베가 ‘납치문제를 원칙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해 영웅이 되면서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 기자는 “아베는 1차 집권 때 ‘도모다치(친구)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는 등 실수도 잦았고 약점도 많이 노출됐다. 심지어 366일 만에 총리직을 ‘던져버리듯이’ 나갔다”며 “누구도 재기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2012년 말 다시 2차 내각을 발족했다. 아베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맹위를 떨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책은 아베의 성장배경부터 그가 어떻게 성격을 형성했는지, 정계 입문은 어떻게 했는지, 건강 때문에 첫 번째 총리직을 버렸던 아베가 어떻게 재기할 수 있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자는 “아베를 입체적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를 통해 일본의 정치와 경제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지향점”이라며 “아베를 통해 일본의 정치와 사회, 역사와 문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을 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파원 시절 일본을 겪었지만 아직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무와 병행하며 책을 써야 해 체력적으로 버거웠다. 이 기자는 “밤이나 주말에 시간을 내 책을 썼는데 한동안 주말에 촛불·태극기집회 등이 열려 매번 민심을 청취해야 했다. 강의도 준비해야 하는 등 살인적인 일정이었다”며 “그럴 때마다 산에 올라 책을 구상하고 체력을 다졌다. 도쿄 외곽 다카오산에 오르며 체력을 단련했던 아베처럼 나도 등산으로 스트레스를 날렸다”고 말했다.
업무도 책 쓰는 데 도움이 됐다. 매일같이 국제경제, 특히 일본경제를 다뤄야 해 일본의 최신 상황을 시기적절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매일 일본 신문 구석구석을 본 게 자양분이 됐다”며 “타사 출신임에도 배려해준 연합 식구들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이 책을 보는 독자가 꼭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결국 이 책을 통해 아베와 일본을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한국이 아베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우파의 상징이지만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와 친할아버지 아베 간은 건전한 평화주의자였습니다. 아베에겐 양면성이 있고 두 피가 모두 흐르고 있죠. 우리가 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아베의 평화주의 유전자가 조금은 발현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지 않을까요.”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