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노조는 지난 4일부터 출근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손에는 ‘표적·부당 징계 철회하라’ ‘나도 징계하라’ ‘후배들이 지켜본다’ 등 피켓이 들렸다. 지난달 사측이 7분 지각·취재계획서 미제출 사유로 이교선 기자에게 감봉 1개월, 이승섭 기자에게는 다큐멘터리 방송 지연·무단결근의 책임을 물어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린 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한신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장은 “최근 노사관계가 좋지 않았다. 기자협회 지회장과 노조 보도민실위 간사를 맡은 이교선 기자의 징계는 보복성”이라며 “이승섭 기자의 경우 제작 자율성을 침해 당해 일어난 사고인데, 회사가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노사관계는 지난달 11일 노사협의회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 노조 대표로 회의에 참석했던 이교선 기자는 이승섭 기자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 등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당시 보도국장은 회사의 입장에 서지 않았다며 이교선 기자를 질책했다”며 “그날 일이 발단이 돼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측은 두 기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지난달 28일 징계를 결정했다. 주말 앵커인 이교선 기자는 징계와 함께 대전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충남 홍성지사로 발령났다. 전직 노조 보도민실위 간사인 안준철 기자도 같은 날 충남 천안지사 발령을 통보 받았다.
이 지부장은 “명백한 부당전보”라며 “노조 전현직 간부들을 멀리 보내 반발의 화근을 자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이교선 기자는 정치팀장이다.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원거리 배치가 말이 되느냐”며 “안준철 기자는 이미 천안 근무 경험이 있다. 출입처 조정이나 순환근무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10일 열리는 인사위 재심을 앞두고 노사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부장은 “그동안 크고 작은 사안에 모두 쉬쉬했다. 기자 10명 안팎의 보도국은 편이 갈려 있어 누군가 문제를 제기해도 동력을 얻지 못했다”며 “지난 2월 전국MBC 기자협회가 제작한 자사 비판 영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교선 기자 등이 징계 받았을 때도 구성원들은 침묵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엔 달라졌다고 자신했다. 이 지부장은 “대전지부 사안만 두고 피켓팅 시위를 한 것은 2015년 이진숙 사장 취임 이후 처음”이라며 “지난달 기자회 성명도 5년 만에 나왔다. 기자, PD, 카메라기자, 기술인협회 등 직능단체가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엔 노조 지부장과 보도국장 등을 역임한 고참 기자 3명, 편성국장 출신 PD 2명 등이 노조에 재가입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지부장은 “대전MBC를 위해 선배들이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