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며 근거로 제시한 기사들 중 상당수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다만 아쉽게도 토론회 방송에서 자체적으로 해당 기사들이 가짜 뉴스임을 바로잡거나 밝힌 건 아니었다. 저녁 뉴스 등 다른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 뉴스 여부를 밝혔고 그나마도 일부 발언들에 한정된 검증이었다.
그러다보니 오직 TV토론회만 보는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제시한 내용들이 가짜인지 여부를 알 수는 없었다. 오히려 공신력 있는 방송사에서 언급된 내용이니 ‘설마 홍 후보가 거짓말을 하겠어?’라며 믿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결국 이번 TV토론만을 놓고 보면 가장 충성도가 높은 TV시청층, 즉 가장 중요한 고객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어지는 것을 주류 방송들은 제대로 막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잘 알려진 것처럼 TV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시청층은 주로 장노년층이다. 장노년층들에 대한 가짜 뉴스의 주요 확산처로 주류 매체들이 SNS 등을 지목하는데, 적어도 TV토론만 놓고 보면 바로 TV가 그 역할을 전면에서 수행한 것이 된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뒤돌아보면 언젠가부터 주류 매체에서 나오는 두루뭉술한 보도에 대해 SNS나 팟캐스트를 청취하여 궁금증을 해소하는 일이 나 역시 잦아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질적인 면, 그러니까 ‘신뢰성’이란 면에서 주류 언론에 대해 충분한 신뢰감을 갖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동시에 그런 ‘신뢰성’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받아왔던 SNS와 팟캐스트가 더 이상 재미가 있어서 보거나 듣는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보수 정권의 언론 통제라고 생각한다. 언론을 권력 감시의 도구가 아닌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주류 언론, 특히 공영언론을 지금처럼 망가뜨렸고 그로 인해 주류 언론 전체의 질적인 수준이 저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라고 보긴 어렵다.
역시 주류 언론인 JTBC의 선전이 그 증거다. 기존의 두루뭉술한 백화점식 나열보도가 아닌 심층보도로의 전환을 모토로 삼은 뉴스룸은 어느덧 시청자에게 가장 신뢰받는 뉴스로 각광받고 있다. 시청자를 향해 일방적으로 떠드는 뉴스가 아닌 소통하고 AS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뉴스룸의 태도는 단순히 친절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상호 소통의 핵심적 전략이었던 셈이다.
물론 주류 언론들이 전혀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거의 모든 언론사가 팩트 체크에 나섰고 실제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뉴스 소비자들은 ‘팩트’가 아니나 팩트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컨텍스트’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바로 그 점에서는 JTBC 뉴스룸의 심층보도 포맷의 유효성이 있다. 심지어 뉴스룸만으로도 해소가 되지 않아 많은 시청자들이 뉴스룸 시청 후 SNS와 팟캐스트로의 ‘접속’ 행렬을 이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상태다.
이쯤 되면 주류 언론의 경우 뉴스 포맷의 변화만이 아니라 현재의 일방 전달 체계의 근원인 출입처제 등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출입처제는 그 자체로 ‘감시견’의 역할에도 잘 부합하지 않지만, 이제 새롭게 요구되어지는 ‘해설견’으로서의 역할엔 더욱 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도 새로운 시각에서 기대되는 점이 있다. 해직이란 상황이 역설적으로 주류 매체의 기성 시스템 밖에 위치하면서 발화자 위주가 아닌 수용자 위주의, 일방적 전달이 아닌 맥락적 해설을 강화한 매체적 실험들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복귀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