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대전KBS 촬영기자는 현장에 나설 때마다 의문 섞인 눈길을 받는다. “방송 카메라를 든 여성 기자, 아직 익숙한 모습은 아닐 테니까요.” 그는 대전충남 지역뿐 아니라 KBS에서도 유일한 여성 촬영기자다.
지난 2011년 KBS에 최초의 여성 ‘촬영기자’로 입사했다. KBS가 20년 전 ‘뉴스카메라’라는 직군으로 여성을 뽑은 적은 있었지만 촬영기자로 여성을 선발한 건 그가 처음이다.
“일하면서 공부하다 32살에 입사했어요. 신입으로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촬영기자 직군이 여성에게 넓은 문도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도전했습니다. 합격 발표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요.”
영상과 카메라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대학교 3~4학년 무렵이다. 우연한 기회였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어요. 촬영기자보다 방송기술에 가까운 분야라 카메라나 기자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당시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는데 어쩌다 여성 종군기자가 주인공인 걸 본 거예요. ‘우와, 멋지다’ 생각했어요. 그게 꿈이 됐죠.”
대학 졸업 후 프로덕션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오랜 시간 후 KBS 촬영기자라는 꿈을 이뤘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여자가 얼마나 찍나 보자는 시선도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현장에서도 눈에 띄었을 테니까요.” 10kg이 넘는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현장을 누비는 동안 허리디스크가 생겼다. 오른쪽 시력도 왼쪽보다 현저하게 나빠졌다. “촬영기자라면 누구나 이럴 거예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 일이 좋은 걸요.”
조 기자는 지난 3월부터 대전에서 일하고 있다. 2년간 서울 본사 홍보실과 디지털뉴스부에 속해 있다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는 여기서 기자로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은 지역보다 인력이 많아 역할이 세분돼 있어요. 제가 촬영한 것이라도 누가 편집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에선 제가 편집까지 맡아요. 한 사람이 오롯이 공들인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책임감은 커졌지만 그만큼 뿌듯합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로 세월호 참사를 꼽았다. 아직도 밀려오는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이다. “참사 당일 단원고에 갔어요. 전원 구조라는 말을 듣고 간 건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안산에 일주일 머물다 팽목항에 갔더니 단원고에서 뵀던 학부모님들이 모두 유가족이 돼 있었습니다. 그때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큽니다.”
기자로서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은 현장에 끝까지 남는 것이다. “입사하면서 정년 때까지 현장을 지키겠다고 포부를 밝혔거든요. 그걸 이뤄야죠. 또 최근엔 여성의 노동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제가 그 당사자이기도 하고요. 머지않은 시간 안에 여성의 노동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지금 제 목표입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