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은 내가 벗어요. 내 커피는 내가 가져다 먹어요. 청와대 참모들 받아쓰기 이제 없어요. 헌재재판소장 등 정부 주요인사 인선 직접 발표해요. 청와대 출입기자들 질문 받아요.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보살핍니다. 사인 종이를 찾는 어린이를 기다려줘요. 대통령의 일정을 투명하게 발표해요.’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한 뒤로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런 보도에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저효과’ 덕분이라고도 한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부럽지 않아요”라는 과감한 발언들도 나온다. 외신도 ‘문바마(문재인+오바마)’라는 신조어로 현 상황을 허니문(honey Moon)이라 소개한다. 5월29일 현재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80%를 훌쩍 넘었다. 41.1%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지지는 두 배가 된 것이다. 촛불혁명이 결실을 맺어 탄생시킨 정부라고 하더라도, 광범위한 지지다.
문 대통령의 소탈한 언행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형태는 아니다. 14년 전인 2003년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도 그러했다. 다만 당시에는 ‘노 대통령 왜 그러나’ 하고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적 여론 형성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의 맥락과 경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인용보도에 열을 올리던 언론의 책임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의 ‘훌륭한’ 보도관행은 그래서 중요하다.
언론의 호의적인 보도가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을 찍는 데 주저했던 유권자들조차 ‘문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거나, ‘아주 아주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쏟아낸다. 일자리위원회 신설, 국정교과서 폐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식 제창곡 지정, 공공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무기 계약직),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미세먼지 대책 마련, 4대강 사업 정책 감사, 검찰개혁 등. 지난 보수정부 9년 동안 국민들 다수의 가슴을 답답하게 눌러왔던 사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선하는 덕분이다. 호남총리 이낙연 후보자, UN에서 일한 비외교부 출신이자 여성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등 인선에서도 통합과 능력의 배합했다며 상당한 여론의 호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초기 광범위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엄선해 내놓은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에 발목이 잡혀 곤란을 겪고 있다. 야당 등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어긋난다고 공격했다. 5대 인선 원칙은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이다. 지지자들조차 ‘대통령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읍참마속으로 총리 지명철회를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정상 참작’이라는 것도 있다. 가게에서 빵을 훔치면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친 삼촌이 있다면 법을 어떻게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 논의를 이끌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이 과거 정부와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즉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인지, 아니면 해외연수 등으로 인해 단순한 주민등록법 위반인지 여부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 없다’는 속담이 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진흙탕에 뒹군 사람들과 불가피하게 튀는 진흙을 마저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려내야 한다. 원칙이 훼손된 경중과 그 맥락을 따져주는 노력은 언론의 몫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