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이라는 건 우리가 물을 함께 떠먹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우물과 같은 게 아닐까요. 그 우물에 박근혜-이명박 정권이 독을 탄 거예요. 우물에 있는 물을 못 먹으니 멀리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을 겨우 찾아서 먹을 수밖에 없는 형편인거죠.”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다루며 14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MBC 해직 PD(뉴스타파 PD)가 반년 만에 영화 ‘공범자들’의 공개를 앞두고 공영방송의 시급한 개혁을 촉구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정동 뉴스타파에서 만난 최 PD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오염된 우물, 즉 공영방송을 빨리 복구하는 게 공동체와 사회를 회복시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2년 해고되기 전까지 MBC ‘PD수첩’에서 ‘황우석 논문 조작사건’,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을 보도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탐사저널리즘 매체인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겨 앵커와 PD를 역임하고 있다. 7월 초에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 공범자들은 극장 상영을 목표로 지난 18일부터 40일간 스토리 펀딩을 진행 중이다.
“좋은 다큐에는 ‘성찰’이 담겨 있어요. 지난 정권 하에서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경찰에 제압당하고 짓밟히는 영상을 지켜보며 10년이라는 세월의 변화, 그리고 그 안에 싸워온 많은 언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이 방송이 권력을 잡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공범자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 ‘언론의 전원 구조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서울 MBC에 건의했지만 묵살당한 당시 목포MBC 보도부장, 보도국장의 이야기와 공정방송을 외면한 언론 간부들의 모습, 수백여 명의 기자와 PD들의 투쟁과 징계 모습이 담겨 있다.
최 PD는 “조선·중앙·동아는 오른쪽 극단에 가있고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는 왼쪽이긴 하지만 세력이 작은 굉장히 기형적인 언론 지형”이라며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믿지 않게 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갈등만 지속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공영방송은 중간에 있으면서 사안에 대해 정확히 원인을 규명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근본적인 언론 개혁을 위해서는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방지법)의 처리와 내부 언론부역자들에 대한 청산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기본적인 규범을 무시하고 보도를 망가뜨린 부역자들의 부패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MBC는 수십 년간 쌓아온 맨파워가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복귀한다면) PD수첩 등 공정방송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