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때 모두들 의욕 넘쳤죠
신생매체 한계 딛고 뛰었어요
대선 때부터 보도 개입 노골적
부끄럽고 창피해 견딜 수 없었죠”
“비판 성명 내자 대기발령 내더니
노조 결성하자 돌연 폐업하더군요
포커스뉴스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다음엔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뉴스통신사 포커스뉴스가 지난달 31일 갑자기 문을 닫았다. 2015년 8월 출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사측은 113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 탓이라지만 구성원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대선 보도과정에서 불거진 편집권 침해 논란과 기자 징계로 노사 간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편집권 독립, 사주 홍기태 회장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던 기자들의 외침은 이제 들을 수 없다.
사측이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공채 1~2기 등 노조 소속 기자 20여명도 상처를 안고 뿔뿔이 흩어졌다. 노조위원장 임학현 기자와 부위원장 김도형 기자는 명예퇴직을 거부해 지난 5일 해고됐다. 사측의 행태를 끝까지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 5일 만난 두 기자는 “노조를 만들면 회사를 없앨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창간 초기부터 나왔다”면서도 “다들 설마 했는데 진짜 폐업할 줄은 몰랐다. 예상치 못한 통보에 다들 ‘멘붕’이었다”고 전했다.
그들에게 포커스뉴스는 첫 발걸음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2015년 공채 1기인 김 기자는 “신규 매체지만 함께 커가는 기쁨을 느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출근하던 날을 떠올리며 잠깐 미소를 지었다. “입사 후 한 달간 선배들에게 교육받던 때가 진짜 좋았어요. 열심히 가르쳐주셨거든요. 신입부터 부장까지 모두 의욕이 넘쳤어요.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죠.”
임 기자가 기억하는 포커스뉴스의 첫인상도 그랬다. IT기업에서 일하다 2015년 콘텐츠 기획자로 입사한 그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조직 구성이었다. “당시 미디어랩과 개발실이 있었어요. 두 조직 아래서 기자와 독자가 원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고민하고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죠.”
신생 통신사라는 한계와 녹록지 않은 취재환경에서도 기자들은 열심히 일했다. “3개월 수습을 떼자마자 선배도 없이 동기 2명과 국회 출입을 시작했어요. 막막하더라고요. 처음엔 전화도 겁났어요. 전화할 때 소속을 말하면 “어디요?”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그래도 포커스뉴스라는 언론사가 있고 국회에 매일 출근하는 기자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는 전화할 때마다 상대방 휴대폰에 ‘포커스뉴스 김도형 기자’라는 문구를 뜨게 했다. 휴대폰 테더링 이름은 ‘포커스뉴스_namu(바이라인)’였다. “누구라도 와이파이를 잡다가 현장에 포커스뉴스 기자가 있다는 걸 알게 하려고요.” 인터뷰 당일에도 김 기자의 휴대폰 테더링 ID는 그대로였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와 설렘은 어그러졌다. 창간 8개월 만에 부장급 기자 18명이 권고사직, 정리해고된 후 분위기는 더욱 싸해졌다. 그전부터 자발적 퇴사도 빈번했다. 신입 공채 1기 20여명 가운데 폐업 직전까지 남은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동료가 잘려나가는 걸 본 데스크들은 성과에 목맸어요. 품 들이지 말고 대충해서 조회수 올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윗선에 잘 보여야 하니까 타사보다 다른 부서와 경쟁을 하더라고요. 지난해 6월부터 취재부서에서 일했는데 창피한 기사를 요구받을 때도 많았습니다.”(임학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윗선의 보도 개입은 노골적이었다.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를 취재하지 말라거나 토론회 기사에 두 후보의 멘트를 포함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유 없는 기사 삭제도 잦았다. 공교롭게도 홍준표 후보가 여론조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직후 여론조사 인용 보도 금지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
부당한 지시와 기사 삭제가 계속되자 기자들은 편집국장과 대표이사 겸 발행인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대선 끝나면 이런 일 없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선 다음 날 출고된 <대통령 문재인 100人> 기획기사 101건이 일괄 삭제됐다.
“더는 가만히 있으면 부끄럽고 창피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동료들과 뜻을 모아 비판 성명을 내자 회사는 대기발령으로 압박했어요. 제대로 싸워보려고 했는데 노조 결성 2주 만에 회사가 폐업을 통보했습니다. 구성원들이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을 때 노조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했어요. 타이밍이 늦었죠.”(임학현)
김 기자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제 전화할 때마다 “어디요?”라고 묻는 정치인은 없다고 했다. “다들 열심이었거든요. 대선 때 스스로 휴일 반납하고 후보캠프 찾아가는 후배들도 있었어요. 그 덕분에 포커스뉴스를 알렸고 업계에선 어느 정도 연착륙하고 있었는데….”
막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두 기자는 또 다른 시작을 꿈꾼다. 이번 일로 사주의 언론 사유화, 언론사 부당노동행위에 심각성을 느꼈다는 임 기자는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기자는 계속해서 기자로 살아가려 한다. “힘들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이 일은 항상 재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호 해직기자지만, 다음엔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