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은 물러나라!” 요즘 상암 MBC 사옥에선 이런 외침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달 초 김민식 PD가 사옥 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는 SNS 개인방송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다른 구성원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이다. 김장겸 경영진은 김 PD에게 자택 대기발령 1개월 조치를 내리는 등 중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것이 더욱 불을 질렀다. 해당 조치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이 앞다퉈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다. 이 과정이 SNS를 통해 공유됨은 물론이다.
구성원들의 육성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보도국 취재기자와 영상기자 221명의 기명 성명서를 시작으로, 시사제작국과 라디오국 PD, 아나운서, 영상미술부문, 기술부문, 경영부문 구성원들의 성명서가 잇따랐다. 김장겸 체제에서 버림받고 본업에서 배제된 구성원들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산, 제주, 여수 등 지역MBC에서도 성명서 릴레이가 시작됐다. 하나같이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치고, 펜을 잡고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쓰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가 지난 2011년 말부터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이라는 전례가 없을 정도의 수직 출세코스를 밟아온 과정은 정확히 MBC가 신뢰성과 영향력을 잃고 수직 낙하하게 된 과정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부장 재직 시 MB 사저 의혹, 재보선,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등에 있어서 기자회의 제작거부와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유발한 저질 보도를 이끌었다. 보도국장 재직 시는 당시 세월호 보도 지휘에서 드러났듯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을 일관되게 뉴스에 반영했으며 보수정권을 향해서는 일체 그들의 일탈을 비판하지 않고 따뜻하게 감쌌다. 보도본부장 재직 시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에 사실상 눈 감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반발하고 저항하는 구성원들은 본업의 외부로 사정없이 내치고 징계했다. 이러한 그는 애초에 MBC 사장직 자리에 오를 자격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탄핵된 보수권력의 마지막 끈을 잡고 MBC 사장에 입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야당 방송’을 자임하며 질적으로 저급한 뉴스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가령 국무위원 후보자들과 관련한 논란을 다루면서 자유한국당 등이 제기하는 각종 미확인 의혹에 따옴표만 붙여 기사문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이다. 자체적인 취재나 검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또 언론노조의 부역자 명단 발표나 민주당의 퇴진 요구 등 자신의 거취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떤 거리낌도 없는 것 같다. 국민의 공론장이 되어야 할 공영방송 뉴스가 김장겸 특정인을 위한 뉴스로 사유화된 것이다.
애초부터 사장직에 오를 자격이 없었으며, 사장직에 오른 뒤에도 기존의 편협하고 왜곡된 정파적 태도를 전혀 교정하지 않은 채 지금 이 순간도 MBC 경쟁력 하락에 일조하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하루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은 공영방송 MBC를 사랑하는 구성원들의 눈물어린 바람이자 국민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물러나라’고 외치는 PD를 대기발령조치하고,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는 성명서들을 삭제하는 등 지금도 말과 글을 탄압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이 막장극은 대체 언제쯤 종료될 것인가? 보수정권의 추악한 방송장악 기획은 결국 김장겸이라는 정파적 인물의 방송 사유화로 귀결됐다. 이 사유화를 반드시 종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