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실 알리려 산화한 분들께 바칩니다"

'그들의 광주' 펴낸 김철원 광주MBC 기자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잖아요. 그만큼 많은 국민들은 광주와 광주시민들에게 부채의식을 안고 살고 있어요. 저는 반대로 광주가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기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몸을 바친 의인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 5·18 이후 군부의 언론 검열이 이어질 무렵, 광주 학살의 진상규명을 외치며 산화한 의인들을 취재해온 김철원 광주MBC 기자가 신간 <그들의 광주: 광주항쟁과 6월항쟁을 잇다>를 펴냈다. 지난해 5·18 특집으로 제작한 광주MBC 뉴스 기획보도와 다큐멘터리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에서 다루지 못한 뒷얘기가 담겼다. 김 기자는 50여명의 의인 가운데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 열사’ 10인을 꼽아 유족들의 증언을 통해 민주화의 흔적을 추적했다.


책은 5·18 직후 신군부가 광주를 ‘폭도들이 가득한 폭동의 도시’라며 호도할 때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광주를 알리다가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김의기 열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또 광주 시민과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 삶을 불사른 김종태 열사, 1981년 5월 서울대에서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친 뒤 투신한 김태훈 열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희생으로 승화시킨 홍기일 열사, 전태일과 같은 길을 걸으며 광주학살을 알렸던 송광영 열사 등의 행적이 담겼다.


“5·18과 6월항쟁이 어떻게 연결이 돼 있는지 막연하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최근 촛불집회까지 포함해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맥락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전 세계가 한국을 ‘한강의 기적, 경제신화’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5·18과 6월항쟁, 촛불집회까지 이어지는 민주화운동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알려졌으면 합니다.”


김 기자가 원래부터 민주항쟁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3년 우연히 12편짜리 5·18기획 <33년 전 오늘>을 맡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면서 1980년 이후에 1987년 6월항쟁 때까지 7년 간 당시 민주화운동을 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생각이 ‘광주의 전국화’였다는 사실을, 당시 숨겨진 의인들이 광주항쟁의 진상규명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광주 시민으로서 광주에 사는 언론인으로서 광주를 위해 숨진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한 이유다.


“일부 극우 세력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고 왜곡하려는 것을 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많겠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5·18이 계승해야 할 가치’라고 인정하는 데 아직 모든 국민이 합의하고 있지는 않잖아요. 사실 관계를 명확히 취재해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싶습니다.” 김 기자는 “새 정부가 5·18과 관련해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고, 당시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취재해서 추적할 것”이라는 뜻도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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