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가사노동이 엄마만의 일인가요?"

'정치하는 엄마들' 참여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

육아휴직 중인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오전 8시에 일어나 55개월 아들의 아침과 13개월 아들의 이유식을 차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혼자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입지도 못하는 아이들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다. 밤 10시가 돼야 ‘육퇴(육아퇴근)’ 할 수 있는 그는 “일할 때보다 더 늦은 퇴근”이라며 “엄마들이 훨씬 더 바쁘다”고 했다.


그의 육아 좌충우돌기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폭풍 공감’을 얻으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좋아요’ 500개는 기본, 많은 건 2400개가 넘는다. 그의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건 단순히 육아가 힘들다는 수준이 아니라 가사와 육아의 부당함을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임 기자는 “아이를 키우니 책을 보지 않아도 세상을 읽게 되더라. 육아기간이 오래되면서 생각도 점점 가다듬어지고 있다”며 “육아를 하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분들이 글에 많은 공감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기자의 글엔 언제든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될 수 있는 사회 구조,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냉대, 할머니·할아버지로 이어지는 육아 착취, 그런 육아 착취를 수행하면서 안도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부모의 문제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친정엄마나 시엄마가 애를 돌봐줄 수 있으면 ‘워킹맘’,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전업맘’, 그럼에도 버티다 떨어져 나가면 ‘경단녀’가 되는데, 나는 아직 ‘워킹맘’이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하는 사회에 화가 나더라고요. 나와 남편이 해야 할 일을 친정엄마가 해줘야 하는 사회, 가사노동을 할 시간이 없는 사회, 엄마들이 자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착취당하는 사회를 뭔가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은 최근 글에서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지난 11일 창립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모임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창립총회 보육 문제 브리핑과 27일 ‘정치하는 엄마들’의 광화문 1번가 오프라인 참여 기획은 그가 주도한 작업이다. “사실 아무 연고도 없이 한 번 가보자 해서 4월22일 첫 모임에 나갔거든요. 그런데 자기 얘기하면서 우는 엄마들을 보며 이런 공간이 필요하구나, 또 그냥 말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뭘 할 수 있을까 논의하는 모습들이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것 같아요. 발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실무진이 됐는데 8월 복귀 전까지는 어느 정도 일을 하려고 합니다.”


기사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바뀌었다. 임 기자는 복귀 후엔 단발성 기사보다 생각을 구조화해 복합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폭력 기사라면 선생님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육교사의 노동환경,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육에 예산을 썼는지 등을 연결시켜서 맥락을 보여주고 싶어요. 세상이 이러이러한데 우린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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