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브랜드가 언론사 브랜드를 뛰어넘는 시대의 신호탄일까.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지난 5일 ‘기자페이지’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의 과거 뉴스 서비스가 언론사 단위로 제공된 것과 달리 이 페이지는 기자의 수상경력과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를 포함한 ‘개인’을 전면 부각한다. 그가 쓴 기사만 골라 구독하며 ‘응원’할 수도 있다. 2015년 5월 시작된 이 서비스는 현재 54개 언론사 3221명이 참여 중이다.
네이버는 이 기자페이지 운영이 활발한 기자들에게 ‘소정의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네이버가 기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네이버에 기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기사가 ‘네이버 기사’로 인지되고 매체 브랜드 약화를 경험한 언론사들은 기자페이지가 동일한 역효과를 가질 것으로 우려해왔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3221명의 기자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라며 언론사들의 네이버 종속성이 더 심화될 것을 예견한다.
이번 정책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기성 언론에 대한 IT발 파괴적 변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효과적으로 유통되며 인게이지먼트를 늘릴 만한 포맷의 정보와 기성 언론사에서 제작하는 뉴스 콘텐츠 간의 괴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의 현황을 보자. 20세기와 마찬가지로 도제식으로 수습기자를 교육하고, 이른바 ‘뺑뺑이 인사’로 불리는 순환부서 배치의 관습을 계속하고 있다. 제대로 된 기자 인력이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임에도 인적자원 관리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디지털 이전의 세계에서는 괜찮았을 것이다. 언론은 독점적 정보유통 채널을 쥐고 제한된 정보를 전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정보 백화점’의 전성기였다. 그 곳에서만 물건을 구할 수 있었기에 기꺼이 정보 소비자들이 방문하고 지갑을 열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젠 전문가들이 직접 소셜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독자들은 직접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공유하고, 반응한다. 이것은 ‘아마존 등장 이후 폐점이 현실화된 백화점들’을 연상케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대사회의 정보과잉 현상에 있다.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원에 의지하게 되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기자페이지가 되는 것이다. 이제 ‘그저 그런’ 기자가 설 자리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기자는 잘해봤자 일개 네티즌에 불과하다.
네이버 기자페이지 정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언론사는 전문성을 기르고, 지금 이 시대 디지털에 맞는 저널리즘 콘텐츠를 생산해달라. 독자와 좀 더 소통하면서 ‘참여 가능한 저널리즘’을 추구해달라. 하지만 언론사의 자체 혁신은 더디기 일쑤다. 기자들은 위기감을 느낀다. 알 만한 언론사에서 주니어 기자들의 사표가 이어지는 최근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구조 안에서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네이버식 ‘스타 기자 만들기’ 프로젝트가 저널리즘 혁신의 모범답안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 빛나는 스타기자가 나오려면 조직의 인프라나 문화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바탕이 필요하다. 기자 일인의 ‘개인기’만으로 좋은 저널리즘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으며, 지속되기도 어렵다. 저널리즘을 가꾸는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는 브랜드 약화 현상에 언론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네이버 기자페이지’가 오늘 던지는 화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