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8일 SBS는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도책임자를 모두 교체했다. ‘8뉴스’ 앵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전임 앵커인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주말 ‘8뉴스’를 진행하던 김현우 앵커가 평일 ‘8뉴스’를 책임지게 됐다.
그로부터 50여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앵커를 지난 7일 SBS 1층 기자실에서 만났다. 그는 “짧은 경력에 버거운 중책을 맡게 돼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며 “주말·평일 아침뉴스나 주말 ‘8뉴스’를 진행해봤지만 평일 ‘8뉴스’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앵커는 2005년 입사한 올해 경력 13년차 ‘젊은’ 기자다.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2012년 4월 총선 방송을 계기로 앵커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차장급도 아닌 평기자다. 경력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려 청소년 축구대표가 A매치에 나간 기분”이라며 “회사가 그런 부분을 알면서도 중책을 맡긴 건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공부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라는 요구라고 본다. 지금 당장은 쉽지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감은 상당하다. “보도본부 선·후배 기자들의 상품을 최전선에 내놓는 격전지”이자 “회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평일 ‘8뉴스’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스트레스에 무던한 그였지만 메인뉴스 앵커의 중압감은 가슴을 짓눌렀다. “회사 걱정, ‘8뉴스’의 무게에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에요. 게다가 정치부나 사회부 시절엔 스트레스를 받아도 또래 기자들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는데 앵커라는 자리는 외롭더라고요. 김성준 선배가 왜 뉴스가 끝나면 술을 드셨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그는 ‘8뉴스’ 앵커의 자리를 백조에 비유했다. “겉으론 우아하게 미끄러지듯 수영하고 있지만 발은 물밑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앵커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 보도로 추락한 SBS뉴스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선 더욱 부지런히 발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일이 터질 때 주말 ‘8뉴스’ 앵커이자 정치부 기자였고 동시에 선거방송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대선 5~6일 전에 그 일이 터지니 조직 자체가 가라앉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죠. 그때 많이 느꼈던 건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이었어요. 흡사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는 심정으로 매일 손 편지를 써서 보내듯 끊임없이 진심을 보여주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향해 나아갈 테니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거죠.”
지난 5월22일 평일 ‘8뉴스’를 진행한 첫 날 그가 한 클로징 멘트도 이런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클로징에서 그는 “언론은 어떤 경우든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또 공정하고 정확해야 시청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SBS뉴스는 이런 언론의 본분에 한 치의 벗어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 (중략) 균형감을 잃지 않고 진실만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소재와 내용 면에서 발굴과 노력이 이어져야 하겠죠. 저 역시 어려운 단어나 용어는 최대한 풀어써서 쉽고 친절하게 뉴스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청률 몇 퍼센트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잖아요. 시청자들이 ‘8시엔 SBS뉴스를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