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과 지혜 나누는 글 쓰고 싶어"

청년 타깃 미디어 스타트업 '디퍼' 기자 3인방

청년 타깃 매체들은 영상을 핵심 콘텐츠로 내건다. 짧고 재미있는 영상이 젊은층의 이목을 끌고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청년 매체 ‘디퍼(deepr)’는 깊이 있는 글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찰력과 지혜를 나누는 글을 쓰고 싶다.” 이들이 텍스트로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디퍼는 미디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가 지난 3월 창간한 온라인 매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타깃으로 정치, 사회, 문화 이슈를 다룬다. 청년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이나 웃음 코드 대신 이름처럼 깊이 있고(deep) 다양한 관점을 담은 기사가 주를 이룬다.


여기 속한 윤지원·정인선·하민지 기자는 4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얼마 전 메디아티에서 독립했다. 이들은 “세상에 필요한 글을 실험하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기성 언론뿐 아니라 앞서 등장한 청년 매체와의 차별화에 주력하며 콘텐츠를 쌓아 온 시간이었다. <’20대 개새끼론’이라는 허상>, <적폐 청산의 비민주성>, <뭐만 하면 ‘청년이 가난해서’> 등 신선한 시각이 돋보이는 기사 백여개를 내놨다.


“내가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세월호 3주기 때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를 인터뷰했어요. 현장 자원봉사자에게 들었는데 기사가 나간 후 고마워하셨대요. 자기 얼굴을 정상적으로 찍어줬다면서요. 기성 언론은 어머니의 울부짖는 모습만 보도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어머니는 울지 않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요구했어요. 기사가 마음에 드셨는지 팽목항에서 그걸 자랑하고 다니셨다더라고요. 디퍼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하민지)


디퍼는 주문형 생산(온디맨드, on demand)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독자들이 요청한 취재 아이템을 투표에 부쳐 가장 많이 선택된 걸 기사화하는 방식이다. <혼성그룹은 왜 사라졌나>, <왜 NL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가>, <왜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을 등한시할까> 등이 독자 주문으로 이뤄졌다.


기자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감이 높다고 평가했다. “왜 밀레니얼 세대는 텍스트 뉴스를 안 볼까, 그럼 그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거였어요. 독자가 요청하고 선택한 이슈를 다루다보니 자연스레 소통하게 되더라고요. 디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모델로 만들어야죠.”(윤지원)


이제 기자들은 둥지를 떠나 첫걸음을 뗄 준비를 하고 있다. 험난한 미디어 시장에서 생존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뭐 먹고 살아야 할까요’ ‘언제 꼰대가 될까요’처럼 어쩌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질문을 하는 독자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 이유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청년 매체들보다 점잖은 방식이지만 새로운 가치를 나누는 이들과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정인선)


모두 20대인 디퍼 기자들은 이 도전이 패기 있는 청년의 모습으로만 비치지 않길 바랐다. 알바하며 편의점 음식만 먹으면서도 열정으로 똘똘 뭉친, 대상화된 청년을 기사에 담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저희도 그렇게 보이는 건 싫어요. 불안한 미래를 더듬더듬 나아가고 있거든요. 디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답니다. 하하.”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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