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YTN 제15대 기자협회장에 김선중 기자가 당선됐다. 그간 기수별로 승계해온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직선제를 도입해 선출된 기자회장이다. 투표율 79.24%, 득표율 96.66%. 첫 시도인 만큼 투표가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김 기자가 단숨에 불식시켰다는 평이다. 사장 선임과 해직자 복직, 보도 공정성 회복 등의 난제 속에서 김 기자는 기자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17일 서울 상암동 YTN에서 그를 만나 YTN의 보도 개혁과 관련해 향후 계획을 물었다.
“여기저기서 ‘이런 시기에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요청이 왔어요. 부담은 됐지만 회사를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계속 방기하기에는 선배로서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전임 기자협회장인 정유신 후배가 맡아달라고 한 게 결정타였죠. 지난 2008년 파업 때 유신이는 해고가 됐는데 저는 해고가 안됐기 때문에 10년 가까이 부채의식을 안고 있었거든요.”
김 기자는 기자회의 최우선 과제로 해직자 복직과 보도 정상화를 꼽았다. 그는 “(해직자 복직 문제는) 단순 이벤트나 시혜성에 그쳐선 안 된다”며 “왜 해직기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명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고, 왜 반드시 복직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YTN이 한창 전성기를 누리다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10년 가까이 정체된 건 해직 문제가 그만큼 크게 작용한 거라고 봐요. 복직 자체가 개혁의 시발점이라는 것이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장추천위원회의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조만간 사장 후보가 2~3배수로 압축될 예정인데, 일부 후보자의 경우 내부에서 자격 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해직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 있는 분들, 그동안 YTN의 보도 공정성이나 민주화와 관련해 침묵하고 묵인하는 방식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분들, 해직기자를 양산한 간부에 편승해서 자리 보존하다가 이제 와서 은근슬쩍 후보 명단에 이름 올린 인물은 배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YTN의 개혁을 위해서 스스로 사장으로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자문하길 바란다. 본인이 답을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국의 민주화와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있는 사장,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사장이 와야 한다는 거죠. 물론 새 정부 들어서 성역이나 자기검열은 많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올드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고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보도국 내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화할 수 있는 개혁이 시급합니다. 새로운 리더십 하에서 각 부서의 운영시스템, 출입처 구조 등 근본적인 변화 말이에요.” 김 기자는 “해직자 복직 문제와 함께 새 사장이 확정되면 막내부터 고참까지 모두의 총의를 모아 보도국 개편안을 고민하고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