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적폐가 0점 담합…복직하면 후배들과 소통부터"

노종면 YTN 해직기자 인터뷰

그가 없는 동안 YTN은 많이도 바뀌었다남대문 대신 상암동에서, 돌발영상 대신 디지털 콘텐츠가, 어린 후배들은 어엿한 간부가 됐다.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외치다 회사에서 쫓겨난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그렇게 꼬박 9년을 기다렸다. 최근 YTN 사장직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돌아온 건 서류 탈락’. 논란 속에서 사장 재공모가 결정돼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YTN 후배들은 채점표를 공개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의 사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에 지원했는데, 재공모가 이뤄져서 감시하는 눈이 많아진다면 굳이 다시 나올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 기자는 31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사장직에) 도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 기자는 처음 지원할 때에는 권력에 줄을 대려는 사람들과 내부 혼란을 조장하려는 세력 때문에 위기감을 느껴서 응모했다. 공정하게 사추위가 진행된다면 여러 사안을 고려할 때 재도전은 않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자리를 탐해서 나온 거란 말이 언론계와 정계 등에서 퍼지는 걸 보고 굉장히 속상했어요.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 재공모에 응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번만큼은 지난 첫 공모 때보다 훌륭한 분들이 입후보할 거라고 생각해요. 장난을 치려는 세력이 있었다면 이미 한 번의 파행으로 놀랐을 테니까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 같고요.”

 

지난 26YTN 사추위는 신임 사장을 뽑기 위해 최종 사장 후보 4명을 면접 심사에 올렸으나 적격자 없음결론을 내리고 재공모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 몸을 담은 경력이 있거나 YTN에 심각한 영업 손해를 끼쳤다는 평가를 받아온 4명의 후보를 최종 면접자로 선발한 데 대한 내부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4명과 달리 노종면 해직기자는 서류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내부 기자들은 특정 후보 낙마를 위한 담합 행위라고 비판했다. YTN 사추위는 YTN 대주주인 한전KDN, 한국마사회, KGC인삼공사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 3, 노사 협의에 의해 방송학회가 추천한 인사 1, 과반 노조인 언론노조 YTN지부가 추천한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YTN지부와 방송학회가 추천한 인사는 노 기자에게 점수를 부여한 반면 대주주 측이 추천한 사추위원들은 모두 노 기자에게 최저점인 0점을 부여해 논란을 일으켰다.

 

처음부터 좋지 않은 기류가 감지됐어요. ‘이러다 다 엎어지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죠. 서류 심사 결과를 문자로 통보받았는데 처음에는 장난 메시지인 줄 알 정도로 믿기지 않았어요. 저의 자질과 자격을 검증한 게 아니라 이미 특정인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심사됐다고 봐요. 저를 처음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노 기자는 보이지 않은 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적폐 세력의 술수다’ ‘정부의 개입이다등의 말이 나도는데, 분명한 것은 회사 내부에서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 수작을 부린 세력이 있다는 것과 대주주가 담합했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내부에는 드러내놓고 부역한 게 아니라 누릴 건 누리면서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적폐가 아니라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세력, 이른바 변종 적폐세력이 있는데 이들이 노 기자의 사장 후보직 낙마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사장 선임 논란에 대해 차분히 말을 이어온 노 기자는 복직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흥분된 어조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9년 가까이 기다려온 마음은 숨길 수 없는 것일까. 최근 YTN 노사는 해직기자 3(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복직과 관련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 기자는 돌아오면 지난 2008년 해고되기 직전에 속해있던 부서인 앵커팀으로 복귀하게 된다. “8월 초쯤이면 YTN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아직 마지막 문구 조정을 두고 노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로 안다. 한껏 부푼 기대를 하다 마지막에 엎어 적이 한 두 번이던가라며 애써 설렘과 기대감을 감췄다.

 

단순히 6명의 해직기자 문제가 아니라 크게 보면 YTN 사태를 지지해준 국민들과 공정방송을 위한 문제기 때문에 명예롭게 복직하고 싶어요. 시대가 만들어준 기회 속에서 시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인 만큼 노사의 협상차원으로 볼 게 아니라 지난 9년간의 공정방송의 싸움임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겁니다.” 노 기자는 그간 공백기 동안 보지 못했던 후배들과 안면을 트고 토론을 하면서 YTN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겠다후배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 에너지가 꿈틀대고 활발하고 언론사가 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게 제가 해직기자 중에 술을 곧잘 마십니다. 서먹하면 후배들과 술로 풀면서 대화하면 되겠죠.(하하)”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