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통해 해소되고 용기 얻을 수 있길"">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무기력과 냉소
독서 통해 해소되고 용기 얻을 수 있길"

윤수영 독서클럽 '트레바리' 대표
2015년 회원 80여명으로 시작
현재 86개 클럽 1300명 규모

서울 압구정 성당 인근에 자리한 독서클럽 ‘트레바리’. 10평 남짓한 조그마한 공간에서 20여명의 젊은 남녀가 진지한 설전을 벌인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묘사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다. 생김새와 나이, 직업 등도 전혀 모르던 이들이 주말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에 비좁은 방에 왜 모이게 된 걸까.


“허무, 무기력, 냉소, 외로움 이 네 가지가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명감을 잃어버린 세대가 아닐까요. 예전만 해도 가난과 풍요로움, 독재와 민주주의와 같은 개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힘겨운 상황인 것 같아요. ‘생계유지를 위해 이걸 하고 있나’와 같이 자괴감, 허무감에 많이 빠져있는 거죠.”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지난 4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레바리가 직장인들의 이러한 고충을 해소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며 “충분히 주관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회원들의 후기도 남다르다. ‘제 인생은 트레바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트레바리를 하면서 제가 점점 좋은 사람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등의 메시지다.


지난 2015년 9월에 4개 클럽, 회원 80명으로 시작한 트레바리는 현재 86개 클럽, 약 1300명으로 규모가 훌쩍 커졌다. 오는 9월부터는 140개의 클럽을 개설해 회원수 2000명을 넘기는 게 목표다. 문학·영화·음악부터 정보기술(IT) 트렌드 등 방대한 주제의 클럽은 시즌(4개월) 단위로 운영되고 멤버십 회비(19만원 또는 29만원)를 내고 독후감을 써야 참여할 수 있다.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서 뭔가를 배우고 지적 능력을 키우는 건 점점 중요해질 거라 생각해요. 현 시점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해주는 프로그램은 미디어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사람들이 기사를 정독하면 현명해지거나 최소한 뭐가 중요한지 알아야 하는데, 미디어가 건강하지 않으니 악순환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독서토론이 뉴스의 홍수 속에서 소화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윤 대표는 “수많은 텍스트와 영상 콘텐츠를 잘 소화시키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독서토론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주관을 얻을 수 있고 생각의 편린들도 정리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기자도 마찬가지에요. 독서클럽과 같은 취미는 심도 있는 기사를 쓰거나 쟁점을 다룰 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일단 ‘독자’를 만날 수 있잖아요. 취재 중에 만난 극적인 상황을 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접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허무, 무기력, 냉소,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젊은 기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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