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와 혐한붐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비판적인 논조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정권 탄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언론 보도가 많은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축사 관련 논조와는 180도 달라졌다. 일본 언론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언급하는 온건한 내용을 담았다고 사설에서 평가했다. 아사히, 요미우리와 같은 전국지는 물론이고 오사카, 큐슈 등 전국의 11개 신문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반해 올해는 비판 논조 일색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일본의 전국지는 물론이고 지방지를 살펴봐도 부정적인 단어들만 눈에 뛴다. 비판적인 논조는 진보·보수가 구분되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나 산케이 등 보수지의 반응은 그렇다고 쳐도, 그나마 한국에 우호적이라는 아사히, 마이니치도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 연설, 위안부 재론은 안 된다>(요미우리, 16일자), <문 대통령 광복절 연설, 신중함 결여된 징용공 언급>(마이니치, 16일자), <문 대통령 연설, 반일로 (북한과) 연계할 때인가>(산케이, 17일자), <징용공 문제, 역사문제 재연 방지하는 노력(필요)>(아사히, 18일자).


지방지도 예외는 아니다. 시나노마이니치신문(나가노), 산요신문(오카야마), 도쿠시마신문(도쿠시마), 도쿄신문(도쿄), 주니치신문(나고야), 홋카이도신문(홋카이), 키타니혼신문(토야마), 주고쿠신문(히로시마)은 물론이고 한국과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큐슈(구마모토니치니치신문)에서도 비판적인 논조는 다르지 않다.


광복절 경축사에 비판적인 사설들은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발언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불씨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강제동원, 강제노동 자체를 부정하면서 국민징병제에 근거한 합법적인 노동동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개인 배상문제는 한일 협정에서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교토신문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의 부침이 한일 관계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광복절 경축사는 정권에 따라서 역사인식이 달라지고,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 책임을 거론하지 않는 아베 수상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판적인 사설들이 개인 청구권은 ‘불가역적 해결’ ‘교섭 가능성 제로’인 신성불가침한 국가간 합의라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반면에 교토신문은 국가간 합의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도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라서 국가간 합의를 수정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비판 논조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남북 공동조사를 언급한 것을 북한과의 (반일)연계, 한일간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한 반면, 교토신문은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일 연계를 강조했다고 강조하면서, 역사문제를 외교와 분리시킨다는 ‘투트랙 외교’ 방침도 확인했다. 1965년 한국은 군사독재로 민주주의가 기능하지 않았다는 점을 일본은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들었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극복도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경축사 내용은 두 번 다시 강대국에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 논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혐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들어 18권의 혐한 서적이 출판되었고, 9월에도 5권이 출판을 앞두고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그 중에는 40만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도 나왔다. 일본의 한 신문사는 최근 경영진이 교체된 뒤 위안부 표현을 둘러싸고 편집진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29일 오전에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 태평양에 낙하했다. 안전 확보를 위해 신칸센이 일시 운행을 중지했고 홋카이도에서는 지하철 승객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지는 등 일본 사회에서 북한 공포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당분간은 한국의 입장이 일본 사회에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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