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 놓치면 공영방송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박영훈 목포MBC 기자

지난 9년, MBC에서 ‘공영방송’이란 수식어는 의미를 잃었다. 공정방송을 외치던 언론인들은 마이크를 빼앗겼고 카메라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괴감은 오롯이 구성원들의 몫이었다.


16개사 지역MBC도 마찬가지였다. 총파업 돌입을 나흘 앞둔 지난달 31일 전화로 만난 박영훈 목포MBC 기자(전국MBC기자회장)는 “그동안 안에서는 치열하게 싸웠다”면서 “이번이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박 기자는 이명박 정부, 김재철 사장 이후 지역MBC도 철저하게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낙하산 사장이 대표적이다. 지역MBC는 독립채산제지만 대주주가 서울MBC다. 사실상 본사 사장이 지역사 사장의 임명권을 쥐고 있다. “서울MBC 사장의 말을 듣지 않고서는 지역사 사장이 될 수 없게 된 거죠. 지역에 있으면서도 자리를 유지하려면 윗선에 잘 보여야 하고요. 지역 개별적으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 하는 구조. 서울의 아바타가 됐습니다.”


그는 지역사 사장들이 보도 통제까지 자행해 시청자의 외면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사장은 지역MBC를 난장판 만들고도 3년 임기 마치고 떠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망가진 MBC의 회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파업에서 지역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함께 지역사 사장들의 동반퇴진까지 요구하는 이유다.


보직자를 제외한 인력 전원이 조합원인 목포MBC는 4일 0시부터 지역방송을 전면 중단했다. 기자, PD, 송출담당 등 방송을 만드는 모두가 파업에 동참해서다. 창사 49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가 이 결정을 내린 것은 지역민과 시청자들이 함께해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공영방송 MBC는 돌아가지 못할 겁니다. 그간 MBC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 했어요. 날카로운 흉기였죠.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MBC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 기자는 추락한 경쟁력과 자존심도 되찾고 싶다고 했다. 열악한 근로조건, 보람 없는 업무에 지쳐 떠나는 후배들을 보면 자긍심으로 똘똘 뭉쳤던 예전의 MBC가 그립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와 2000여명의 동료들은 9년 동안 “초라하고 우스운 것”이었던 ‘공정보도’를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국민 앞에 ‘MBC 기자’라는 이름표를 당당하게 꺼내기 위해서다.


전화 인터뷰를 마치기 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상 받으시던데….” 그는 지난 1일 방송의날 기념 ‘방송진흥 유공 포상’의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박 기자는 껄껄 웃으며 “작은 퍼포먼스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 당일 표창을 받은 그는 기념촬영 도중 갑자기 길쭉한 수건을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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