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KBS,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최선중 대전KBS 기자


“비관주의는 기분의 산물이고 낙관주의는 의지의 산물이에요. 전 이 싸움을 낙관해요.” 그만큼 의지가 강한 것일까. 최선중 대전KBS 기자는 시종일관 이번 싸움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유가 있다. KBS 9개 지역 총국에선 4일 0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하며 취재부장, 편집부장, 영상부장 등 보직부장들이 일제히 보직을 내려놨다. 최 기자는 “지역에서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증거”라며 “이미 모두 한마음이 됐다”고 했다.


특히 최선중 기자가 몸담고 있는 대전KBS에선 파업 돌입 훨씬 전부터 기자들이 힘을 합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최순실 KBS 보도 참사’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정지환 전 통합뉴스룸 국장이 대전총국장으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대전KBS 기자 17명은 지난달 3일 사내게시판에 “(정 전 국장을) 대전총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그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라”는 성명을 내고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최 기자는 “대전KBS는 지역 색 때문인지 1943년 창사 이래로 어떤 총국장이 오든지 갈등이 표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이 처음이고 그래서 더 주목을 받았다. 전국 기자들에게서 여러 방면으로 응원을 받은 것도 모자라 전국기자협회 출정식도 대전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단체, 시청자들도 대전KBS에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 기자는 “‘사랑받는 KBS’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시청자 응원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번은 휴게소에서 휠체어를 탄 분을 만나게 됐다”며 “그 분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다면 투쟁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파업을 한다는 건 안에서 크고 작게 저항해왔고 동력을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더라. ‘그런 의미에서 응원한다, 앞으로 잘하라’는 소리에 감동을 받아 더 열심히 하자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그에게도 ‘원죄’는 있다. 최 기자는 “지역국은 적폐 세력에 의한 개입이 있었다기보다 기자들 스스로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며 “민감한 문제가 나오면 발제를 하지 않고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던 거다. 출근길이 불편하고 퇴근길이 당당하지 못한 삶, 저널리스트에서 회사원으로 변해가는 삶을 살았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최 기자는 벌써 파업 이후를 생각한다. 언론 적폐 세력이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지만 그 이후의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고대영과 이인호 등 적폐 세력의 퇴진만큼이나 이 파업으로 꼭 얻고 싶은 건 지역국의 활기다. 최 기자는 “만들기 쉬운 뉴스가 아니라 시청자가 보고 싶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지역국 기자들이 서로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이왕 한 마음이 된 김에 시청자들에게 지역 KBS의 올바른 방향, 구체적인 로드맵, 앞으로의 비전들에 대한 의견이나 개선점을 받고 싶다. ‘사랑받는 KBS’는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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