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글로벌 리포트 | 중국]예영준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당대회 개막일이 10월18일로 최근 확정됐다.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르면 중국의 최고권력자인 공산당 총서기는 10년마다 한 차례씩 뽑는다. 당대회 차수가 짝수일 때다. 홀수 차수의 당대회는 중앙위원(후보위원 포함)에서부터 정치국 상무위원까지만 새로 뽑는다. 그럼에도 홀수 차수의 당대회가 주목을 받아 온 것은 5년 후 짝수차 당대회에서의 총서기 교체에 대비한 후계자를 미리 정해두는 관행 때문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마찬가지 경로를 거쳤다. 2007년의 제17차 당대회에서 새롭게 진용을 짠 상무위원 명단이 발표될 때 시진핑은 서열 6위였고 리커창은 7위였다. 당시는 상무위원 9명 가운데 18차 당대회 이후에도 계속 상무위원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은 나이가 젊은 두 사람, 시진핑과 리커창 밖에 없었다. 시진핑은 5년 후인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예정대로 서열 1위의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됐고, 이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됐다.


관례대로라면 10월의 19차 당대회에서도 시진핑의 뒤를 이을 50대 나이의 후계자가 상무위원으로 발탁되어야 한다. 당 대회를 불과 3개월 남겨놓고 낙마한 쑨정차이(孫政才)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동갑인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함께 지난 18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바로 아래 단계인 정치국원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쑨정차이가 실각함으로써 남은 한 사람인 후춘화는 상무위원 진입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는 시진핑의 의중에 있는 사람이 아니란 설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그렇다면 정치국원보다 한 단계 아래인 중앙위원 가운데 누군가가 곧바로 상무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시진핑과 리커창 두 사람도 중앙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직행했다. 쉽게 말해 ‘2계급 특진’을 한 것이다. 현직 중앙위원 가운데 특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표주자는 천민얼(陳敏爾) 충칭 서기다. 천민얼에 대한 시진핑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만일 이번 당 대회에서 후춘화와 천민얼이 모두 상무위원으로 발탁된다고 하자. 10년 전 시진핑-리커창의 경우처럼 서열이 앞서는 사람이 차기 총서기로, 서열이 뒤인 사람이 차기 총리로 낙점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서열이 앞서게 될까.


최근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천민얼의 서열이 후춘화를 추월해 시진핑의 후계자가 되는 것으로 내정됐다고 대서특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기사 속에선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일본 언론은 19차 당대회에서 선출될 7명의 상무위원 명단을 입수했다며 보도했고, 또 다른 신문은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폐지된 당 주석제를 부활해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때가 때인지라 베이징의 ‘차이나 와처’들 사이에선 다양한 버전의 예상이 나돌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런 예상은 추측이자 억측일 뿐이다. 이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시진핑 주석 말고는 아무도 없다.


실제로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중난하이 정치의 속성이다. 10년 전 시진핑이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사실을 미리 맞힌 언론은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었다. 7월 쑨정차이의 실각을 예측한 언론이나 분석가 역시 아무도 없었다.


올해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시진핑의 집권연장론이다. 시 주석이 총서기로서의 관행적 임기인 10년을 채우는 2022년에도 물러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이번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확정할 필요가 없다. 설령 관행을 지켜 2022년 권력을 물려준다고 해도 후계자가 누구인지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충성 경쟁을 유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진용이 짜여질 시진핑 2기 체제야말로 명실상부한 ‘시진핑의 시대’가 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 5년의 시진핑 1기는 다가올 시진핑의 시대를 위한 전주곡에 불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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