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게 좋은게 아니라, 옳아야 좋은 것!

[언론 다시보기] 문소영 서울신문 금융부장

특정 정치인을 신흥종교 교주처럼 모시는 사람들과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분들에게 ‘여론’은 자기와 생각이 같은 의견이다. 사회적인 쟁점이나 문제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연말연초 한국 사회를 관통한 ‘대통령 박근혜 탄핵정국’이 진행되는 동안 30년 동안 구독한 C일보 등을 끊거나, JTBC나 노컷뉴스 등을 외면했다. 세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이분들이 의지하는 미디어는 요즘 핫한 뉴미디어들이다. 유튜브로 참깨방송을 듣고, 팟캐스트인 정규재TV나 윤창중 칼럼 등을 온라인으로 시청하거나 애독한다. 미디어 이론 중 하나인 ‘확증편향’에 몰입한다. 확증편향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한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니 정보의 객관성은 상관없다. 그래서 이분들은 세상의 정의니, 진리니 하는 것과는 계속 멀어지고 있거나, 이미 멀어져 있다.


보수의 아이콘인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만 이런 확증편향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내걸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열렬 지지자들에게도 비슷한 현상들이 목격된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정부에 대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들이 강고하다. ‘여성 혐오’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경질을 건의하겠다는 정현백 여성부 장관을 해임하라고 청원하는 사례 등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지난 7월 말에는 문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에 참석한 중견기업인 오뚜기를 둘러싼 보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뚜기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서 라면값을 10년 동안 올리지 않고, 1500억원의 상속세를 낸 데다, 직원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알려져 ‘착한 기업 갓뚜기’로 칭송됐다. ‘탄핵정국’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농심의 감사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뚜기 라면으로 바꾸겠다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문 대통령이 오뚜기를 초청한 것은 이런 대중적 인기에 근거했을 것이다.


다들 ‘갓뚜기’를 연호하며 흥분할 때, 한겨레는 그러지 않았다. 오뚜기가 일감 몰아주기를 했고, 순환출자 등으로 개선할 지점이 많다고 기사로 지적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역시 한겨레가 정부를 흠집낸다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달 31일 코스피 상장사 733곳 중 오뚜기가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겨레의 지적이 옳았다.


최근 공영방송 KBS와 MBC 노조가 각각 고대영 사장과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MBC는 2012년 대량해고와 경질 등으로 기자와 아나운서, PD가 이른바 ‘신천 교육대’ 등으로 발령받아 오래 고통받아왔다. 그런데 문재인 지지자 일부이겠으나 ‘지난 9년간 등 따뜻하고 배 불렀다가 이제와서 뭐하냐’며 비아냥댔다. 진보인사의 팟캐스트 등에 심취해 지난 9년을 잊어버린 것인가.


진보나 보수나 각각이 선호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다. 문제는 그 콘텐츠가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을 보도하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음모에 설득당하고 가짜 뉴스에 환호한다. 전통 미디어의 실수나 오류를 극대화해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다. 김정숙 여사냐 김정숙씨냐의 논란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지난 5월 방미한 문 대통령이 방명록을 잘못 쓴 ‘대한미국’을 두고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유포하다 청와대가 실수를 인정하자 잠잠해졌다.


지지했다고 해서 인사난맥 등 옳지 않은 일에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을 수 없다. 확증편향으로 두 조각 나다시피한 여론을 합리적이고 성숙한 상태로 복원시켜야 할 역할이 기존 언론에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정부 정책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의 역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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