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총파업, 공영방송 독립으로 이어져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 2017.09.06 15:36:59

MBC와 KBS가 4일부터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두 공영방송이 동시에 일손을 놓은 건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전국언론노조 KBS·MBC본부에 따르면 첫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4000명에 육박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급박한 안보 위기 상황이지만, 이들이 일제히 마이크와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고 거리로 나선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치 파업’이라는 사측과 보수 진영 일각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방송이 처한 현실이 더 이상 추락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양대 공영방송은 이른바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을 거치면서 권력 감시견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현실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공범자들’이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취임식 당일 9시 뉴스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낙마시키는 결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이 언론에 의해 최초로 폭로된 시점에 메인 뉴스를 북한 미사일 소식으로 도배하며 안보위기를 자극하거나(KBS), 정권이 불편해 하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병적으로 검열하거나 외면하는(MBC) 등 두 방송국은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을 사유화하는 행태에 적극적으로 부역했다.


MBC의 경우 단순히 정권 편향적이라는 비판으로도 부족하다. 지난달 언론노조 MBC본부가 폭로한 ‘MBC판 블랙리스트’에 따르면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등에 따라 카메라 기자들을 ‘☆○△Ⅹ’ 4등급으로 분류한 뒤 요주의 인물에 대해서는 ‘기회 시 변절 가능’이라는 식의 인신공격성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사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실제로 Ⅹ등급을 받은 기자들 상당수가 보도국 밖으로 밀려나거나 한직으로 배치됐다는 점에서 MBC의 일상화된 반노동적·반언론적·반민주적 태도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이런 파행의 정점에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이 있고 이들이 조건 없이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김장겸 사장은 MB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씨가 MBC 사장으로 내려오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영전하면서 권력 지향적인 방송으로 뉴스의 신뢰도를 추락시켰고, 고대영 사장 역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KBS를 위기로 몰아놓은 책임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한 여론조사(에스티아이)에서 KBS, MBC 구성원들의 사장 사퇴 요구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60.3%로 반대한다(19.6%)는 응답보다 3배 이상 많았던 이유도, 두 사람에 대한 사퇴 요구를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김장겸 사장 사퇴 요구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집권당의 ‘언론 장악 시도’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공격을 가하는 행태는 매우 유감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코드’에 맞는 사람이 두 방송사 사장으로 내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9년간 MBC의 경우처럼 정권의 방송 통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례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반성 없는 구 여권의 ‘언론 장악’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무엇보다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파업이 단순한 ‘적폐 언론인’에 대한 물갈이로만 귀결돼서는 안 된다. 이번 파업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을 도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어느 정파도 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에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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