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취득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집착이 생기고 떨어졌을 때 패배감을 느낄 수 있죠. 조금씩 알아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으로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서명덕 연합뉴스 기자(미디어전략실)는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남들 하나 갖기 힘든 자격증을 16개나 가지고 있다. 파워블로거인 그는 PC정비사 2급, 국제무역사, 사이버무역사, 마이크로소프트 MOS, M-커머스 관리사 2급, 무선인터넷관리사 2급, 리눅스마스터 2급, 네크워크관리사 2급, 전자출판기능사, 소프트웨어자산관리사 2급, 스마트앱마스터 2급, 검색광고마케터 1급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시대 조류에 따라 사라진 자격증도 있지만 서 기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전직이나 노후 준비용이 아닌 취재나 업무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부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부터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고 이 중 7~8개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취득한 겁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게 아닌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얻었죠.”
대학 재학(영어전공) 당시 취득한 무역 관련 자격증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딴 것이다. 실제로 세계일보 편집부에 근무할 때 전자출판기능사(2004년)나 지난해 딴 검색광고마케터 1급 자격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4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당시엔 ‘설치형 블로그’가 도입된 시절이라 사이트 디자인과 서버 운영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렇다고 도전마다 성공한 것도 아니다. 중도 포기한 자격증도 여럿 있지만 거기까지 간 과정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 “보안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 적이 있는데 책을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필기시험과 달리 실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죠. 3번 정도 도전하다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도전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자격증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을 위한 동기부여의 수단인 셈이다. 최근엔 해외 직구와 FTA 등에 대한 이슈가 많이 생기면서 보세사(면세점 등 보세구역에 장치된 물품 관리 자격증)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서 기자는 “2014년 이전만 해도 관련 행정업무 경력이 없으면 볼 수 없는 시험이었는데 자격조건이 풀리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라며 “평균 2개월마다 한 번씩 시험을 보기 위해 주로 주말에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데 스스로 긴장감을 갖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의 당초 목표는 마흔살인 올해까지 자격증 40개를 취득하는 것이었지만 은퇴 전까지로 미뤄 놓았다. “자격증이 40개가 되면 매일 다른 분야의 칼럼을 쓰더라도 남게 되는 수준이 되죠. 내가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누군가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노력 덕에 그는 국내 기자로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MS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MS MVP’에 4회 연속(2007~2010년)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자격증을 따는 데 ‘왕도’는 없지만 현재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서 먼저 찾아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자격증이 전직을 위한 목적이 되면 부담이 되고 기자생활에도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하지만 취재영역이나 자기 주변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면 권유하고 싶죠. 취재원과 대화를 나눌 때 소재가 될 뿐 아니라 깊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