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트윗 오보, '보은 인사'가 본질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군사 행동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귀국하기 전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며 자위적 대응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는 말만 보면 양국은 이미 전쟁 중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지난 17일 오후 11시쯤 외교관계에 혼선을 일으킬 엄청난 오보를 냈다.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라는 글을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 유감이다”라고 번역했다. 게다가 이 문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는 해설을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쓴 글의 본래 의미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딱하네”였다.


연합뉴스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고침 기사를 발송했지만, 이미 많은 언론사가 이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 뒤였다. 연합뉴스와 전재 계약을 맺지 않은 언론사들도 오보를 퍼 나르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18일 오전에야 잘못을 시인하고 독자에게 사과하는 사고(社告)를 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이날 오후 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가 속보를 중시하는 언론사임을 이해하지만, 국익과 관련해서는 팩트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 인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오보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정보주권 수호를 주창하면서 연간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정부로부터 받는 연합뉴스의 일처리가 매우 미숙했다. 번역을 잘못한 작성기자와 오역임을 알아채지 못한 데스크는 고침기사가 아닌 대체기사를 내야 했고, 사고도 더 빨리 올렸어야 했다. 게이트키핑과 데스킹, 오보 처리 과정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노조는 경영진이 특파원을 선정할 때 자질과 능력보다 정치적 고려를 했고, 특파원으로 보내기 전에 충분한 준비 시간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오보를 쓴 기자와 데스킹을 담당한 미주총국장은 모두 정치부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국제 뉴스에 대한 감각은 충분히 익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깊이 있고 정확한 기사보다 속보에 열을 올리는 행태도 이번 오보 사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온라인에서 독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속보’ 형태로 기사를 쪼개서 내보내고, 기사에 ‘단독’ 표시를 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좋은 기사는 독자가 쓰는 댓글의 수가 많은 기사가 아니라 냉정한 시각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담긴 기사다.


통신사가 송고한 기사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받은 언론사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자는 보도자료나 타사의 기사를 참고하더라도 사실 확인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이번 사태처럼 안보와 관련된 기사를 무책임하게 인용하면 언론 전체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1분 늦더라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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