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눈물은/ 자기를 잊는 고통 속에서 단련되는 것/ 어여쁨에 대한 찬사가/ 늦봄의 벚꽃처럼 흐무러지는 곳을/ 여미고/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 서고 싶다는 그녀// 길에서 만난 모든 것에/ 눈물과 웃음을 거름 주면/ 일곱에 일흔 번을 변해야 하는 고독이/ 세상에 없던 꽃으로 피어나겠지// 꿈을 꿈꾸는 눈빛에/ 걸어온 것보다 더 오래 세월을 들이면/ 사라졌던 여름 향기 불러와/ 픽션 밖의 사람들도 감쌀 수 있겠지’
이 시는 배우 손예진의 이야기다. 인터뷰 중 배역에 몰입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가 창작했다. 손예진뿐만 아니다. 원로배우 황정순부터 소녀시대까지 당대를 주름잡던 대중문화 스타들을 장 기자는 시로 담아냈다. 장 기자는 “손예진이나 성유리같은 배우들이 인터뷰 중 눈물을 흘려도 산문의 영역에선 명쾌하게 다루기가 힘들었다”며 “운문의 여백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이 전달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산문의 틀에서만 다뤄지던 그들의 예술적 감성을 더욱 진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시라는 독특한 시도를 해봤다”고 했다.
최근 출간된 ‘시로 만난 별들’은 그 시들을 엮은 모음집이다. 총 40편의 시가 시간 순서대로 3부에 걸쳐 담겼다. 시에 담긴 스타들은 모두 장 기자가 취재를 위해 만났던 인물. 그들의 인간적인 얘기, 그들에게 받았던 솔직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소임이라 생각해 책을 엮었다. 특히 시를 사랑하는 배우 최불암의 영향이 컸다.
사실 이 책은 10년도 더 전부터 장 기자가 생각해왔던 것이다. 대학 재학 시절 문학 동아리 활동을 했고 이후 소설과 시로 등단했지만 “공력이 부족해” 또 “기자일이 버거워” 생각만 해왔던 일이다. 다만 그의 관심사에 창작은 늘 있었고, 그래서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꾸준히 메모를 했다. 올해 봄 끄트머리부터 여름의 끄트머리까지 수많은 시가 쉬이 써질 수 있었던 배경엔 그런 노력이 한 몫을 했다. 장 기자는 “이 시가 문학적 품격이나 성취를 지향하는 시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끙끙대면서 쓸 것도 아니었다”면서 “생각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썼다. 읽는 사람들도 편하게 읽길 바랐다”고 했다.
문학 담당 기자를 했고 현재 문화부장으로 있는 그가 느끼는 최근의 문학 시장은 사실 많이 위축된 상태다. 특히 시는, 쓰는 사람은 많으나 읽는 사람은 더욱 없는 실정이다. 장 기자는 “가능하면 이 분야를 친근감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이 시집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했다.
한편으론 멀리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 스타들이 사실은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독자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장 기자는 “사람들은 스타들이 우리와 다른 별종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특별한 감성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생활인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런 부분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분들 역시 자기를 사랑해주는 이들과 호흡하며 우리 시대의 공기를 같이 누렸으면 한다. 그 중간지대에 이 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