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정책에 대한 혼선과 과제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북한학 박사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격화하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설은 끊일 날이 없다. 이달 16일에 시작해 20일에 끝나는 한미 해상 연합 군사훈련이 예년에 비해 고강도로 진행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또 가열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압박 일변도로 전제하는 분석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한 우려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간헐적으로 외교 해결 선호를 언급하지만, 이는 정책 혼선으로 규정될 뿐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을 압박 일변도로 간주하는 해석은 매우 편협한 것으로, 현재 국면에 대한 오판과 잘못된 대응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정책 재검토 과정을 거쳐 새로운 대북 정책으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제시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도록 최대 압박을 가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비핵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책도 최대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공격 가능성을 포함해 북한을 협박하는 발언을 자주 제기했지만,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 체제 보장을 공개 선언한 것은 대북 관여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사례다. 압박과 관여는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작동하는 요소로, 상호 모순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로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북 정책은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반면, 오히려 미국 대북 정책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미국 대북 정책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서 혼선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과 미국 외교 전통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 외교에서는 ‘당근과 채찍’, 즉 강압적 수단과 회유책을 병행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북 정책은 정치쟁점인 만큼 강경과 온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색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혼선 유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둘째 ‘전략적 모호성’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어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보면 모두 북한이 먼저 공격할 경우를 상정한 강조 어법이다. 만약 북한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없다는 전제도 포함된 말이다. 셋째 미국 국내 정치 차원에서 이미지 관리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대북 압박의 경우 단호하고 믿음직한 지도자 이미지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박 발언은 자주, 때로는 과장해서 표출된다. 그러나 관여는 비공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은 만큼 표출 기회가 적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지속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을 한국이 오해하는 것은 북핵 문제 악화나 남북 분단 고착화 등 치명적인 국익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외교 정책에 대한 일반적 특징 이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소통 특성 파악, 국내 정치 쟁점에서 외교 안보 분야 분리는 초보적인 절차지만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어쩌면 대북 정책 혼선이 워싱턴의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오히려 서울의 정책 당국자나, 전문가, 언론에서 발생하는 요소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선결 과제일 수도 있다. 현재의 안보 불안감과 무력감은 절반 이하로 줄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두 배 이상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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