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예상되는 2018년 브라질 대선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1년간 군사정권을 겪었다. 이후 과도기를 거쳐 저명한 사회학자인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가 8년간(1995~2002년) 집권하며 사상 첫 민정 재선 대통령 기록을 남겼다. 이어 노동운동가 출신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연임에 성공하며 8년(2003~2010년)을 집권했다. 두 사람의 집권 기간에 브라질은 정치적 안정과 민주주의 질서 확립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14년 초부터 권력형 부패 스캔들과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 좌파 대통령 탄핵, 우파 대통령에 대한 부패혐의 기소 등 대형 사건이 잇따르면서 브라질은 전례 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정치·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국민은 지쳐갔고, 관심은 2018년 10월 대선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2018년 대선 일정은 8월26일부터 허용되는 TV·라디오 선거 캠페인으로 시작된다. 투표일은 10월7일이며,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리게 된다.


정치 전문가들은 2018년 대선이 후보 난립 속에 유례 없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주자들에 대한 투표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대중성을 확보한 좌파 노동자당(PT)의 룰라 전 대통령이 2위권과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면서 앞서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은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과 중도좌파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 등이 룰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룰라가 부패혐의로 수 차례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실형이 최종 확정되면 대선 출마가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룰라가 고등법원과 연방대법원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도 피선거권이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룰라는 지난 8월부터 주요 지역을 찾아가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는 캐러밴을 진행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자신이 대선에 승리하면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우파 정부의 정책을 무효화하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우파의 대안’을 자처하면서 소셜네트워크(SNS)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보우소나루 의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 방문을 이용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보우소나루는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으로 유권자들의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2018년 대선 판도가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의원의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정면충돌을 뜻한다.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서 만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상파울루 등 대도시 시위 현장에서는 정치적 위기 해결을 위해 군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린다. 한 연방의원은 “브라질에는 군부가 아니라 신(神)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말로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2018년 대선이 정치·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고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경제의 성장 박동수를 높여주는 기회가 되려면 정말로 신이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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