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에게 네이버는 최고의 관심사다. ‘애증의 대상’이다. 네이버는 때로는 협조를 받아 방문자 수를 늘려야하는 ‘우군’이, 때로는 뉴스 플랫폼을 선점해 언론사들의 ‘고난’을 가져온 ‘악당’이 된다.
그래서인가. 언론사들은 네이버와의 조인트 벤처 설립 등 협력에 적극 나서면서도 기회가 되면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의 포식자’라며 비판에도 적극 나선다. 지난 국정감사에 한성숙 대표는 물론 이해진 창업자도 처음으로 출석해 뉴스 배치 조작에 대해 사과하자 언론사들은 대부분 ‘큼직하게’ 보도했다. 물론 이런 ‘애증의 대책’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언론사들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 네이버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업종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 2014년 오픈마켓인 ‘샵엔’을 출범시켰다가 중소 온라인몰 시장을 붕괴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접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커머스 분야의 ‘강자’로 올라섰다. 머지않아 패자(者)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네이버는 이커머스 자체가 아니라, 이커머스라는 ‘업(業)을 관통하는 핵심’을 공략했다. ‘결제 시스템’이다. 2015년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 수단을 만들어 스토어팜에 연결시켰다. 스토어팜은 ‘샵엔’을 접은 후 내놓은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온라인판매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판매자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네이버페이 수수료 2%만 받는다. 그 결과 홍보효과 등 종합적으로 볼 때 굳이 다른 쇼핑몰에 입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판매자가 늘어나면서 네이버는 ‘강자’로 부상했다.
이제 이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됐다. “내가 네이버의 책임자라면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현 단계의 네이버의 포지션은 수익과 영향력을 둘러싼 언론사와의 갈등 구조에서 빠지는 것이다. 뉴스 시장의 ‘참여자’가 아니라 ‘플랫폼이자 후원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컨셉 아닌가.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온라인판매 플랫폼’ 스토어팜이 떠오른다. 그렇다.
필자가 네이버라면 지금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릴 꿈이 있다면 이커머스 시장처럼 뉴스를 직접 공략하지 않고, ‘미디어라는 업을 관통하는 핵심’을 공략할 것이다. 조용히.
그 핵심은 무엇일까? 그건 ‘기자 개인’과 ‘결제 시스템’이다. 우선 기자 개개인을 그가 속해 있는 언론사 밖으로 서서히 끄집어낼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들을 브랜딩해주면서 언론사와 소속 기자의 관계를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겠다. 그리고 밑단에서 생산자와 구독자, 광고주가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언론사라는 울타리가 없어도 기자와 전문가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시킬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적합한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다. 요즘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저에 있는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은 콘텐츠 유통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시빌’이라는 ‘블록체인 미디어’가 등장을 앞두고 있다. 초점은 다를 수 있지만, 적합한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
‘분산적인(decentralized) 뉴스 플랫폼 구축’. 네이버가 할 수도 있고, 카카오 같은 다른 포털이나 제3의 회사도 할 수 있다. 물론 기존 언론사도 시도할 수 있다. 몇 년 후, 언론사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중요한 것은 시대흐름에 안테나를 세우는 것, 미디어라는 업을 관통하는 핵심을 파악하는 것, 그 핵심을 통해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